‘삶은 소대가리’ ‘식칼’ ‘흉기’ 막말과 고성 난무했던 국회 정개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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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26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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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8.26/뉴스1 © News1
홍영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8.26/뉴스1 © News1
자유한국당이 26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선거제 개편안 1소위 통과에 대해 “날치기”라고 항의하며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요구서를 제출했다.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을 구성해 명단을 내달라고 요구했다.

“민주화의 폭거”라며 반발한 한국당이 최장 90일간 활동할 수 있는 안건조정위원회 카드를 꺼냈지만, 안건조정위를 연다 해도 한국당 힘만으로는 민주당이 표결을 시도한다면 막을 수 없다.

홍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린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장제원 한국당 간사 등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요구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오늘 전체회의에서는 (법안을)심사 의결할 수 없고 오늘은 이견 조정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어 “오늘 간사간 협의를 통해 오후 6시까지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서 명단을 제출해 달라”고 했다.

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안건조정위가 여야 6명인데 민주당 3인을 포함해서 총 4인이 찬성하면 끝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그럼 하나마나한 얘기다”라고 분개했다. 그러자 홍 위원장은 “됐어요 됐어”라고 제지하면서 “여기서 얘기하지 말고 회의가 끝나면 간사간 협의해서 명단을 제출해달라”고 맞섰다.

이날 오전 정개특위 1소위원회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을 포함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4건을 전체회의로 이관했다. 한국당은 여야 4당(민주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선거법 개정안이 소위원회를 통과한 것을 두고 “제2의 패스트트랙 사건”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재석의원 11명 중 찬성이 7명, 반대표가 나오지 않아 가결됐다. 1소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전체회의 이관에 대해 “날치기 통과”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1소위 소속 한국당 의원은 4명으로,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후 전체회의에 참석한 장제원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오늘 오전 1소위에서 일어난 민주화에 대한 폭거에 유감을 표한다”고 강력 항의했다.

장 의원은 “6개 쟁점 중에 2개 쟁점만 그것도 수박겉핥기 식으로 토론했고 나머지 4개 쟁점은 논의해보지도 못했는데 표결을 강행했다”며 “민주당은 정치개혁이라는 단어를 쓸 자격을 상실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장 의원은 표결 처리를 “날치기”라고 규정하며 “민주당의 ‘민주’가 사라졌고 정의당의 ‘정의’가 사라졌으며, 바른미래당 일부세력이 ‘바른’과 ‘미래’를 버렸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양심이 있어야지. 양심이…”라며 격앙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김 의원은 “이게 뭡니까. 너무한 것 아니냐”며 “국회의원이 이렇게 거짓말을 해도 되느냐. 지난 몇달간 논의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분을 삭이지 못한 김 의원은 홍 위원장을 향해 “안건조정위원회가 신청됐으니 위원장은 구성을 집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안건조정위는 이견을 조정해야 할 안건 심사를 위해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구성되며 최장 90일간 활동할 수 있다. 정개특위는 민주당 8명, 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2명, 정의당 1명, 무소속 1명 등 총 19명이라, 한국당 요구만으로도 안건조정위 회부가 가능했다.

다만 안건조정위가 여야 3명씩 6명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선거법 개정안 통과에 찬성하는 바른미래당 간사인 김성식 의원이 안건조정위원회에 포함되면 민주당·바른미래당 위원을 합쳐 4명으로 안건이 가결될 수 있어 한국당의 운신의 폭은 매우 좁은 형편이다.

한국당이 쓸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다보니 ‘식칼’, ‘흉기’, ‘삶은 소대가리’ 등 거친 막말과 고성이 난무하며 생산적인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김재원 한국당 의원은 “선거제 개편안이 1소위에서 충분히 논의됐다고 주장하는 건 요즘 말로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다”라며 “의원들이 지켜보는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느냐”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태흠 한국당 의원은 “지금 특위에서 말싸움을 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며 “선거법 문제만큼은 여야 합의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데 패스트트랙과 관련해 여당이 식칼을 흉기로 쓴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자꾸 불법이 불법을 낳고 있는데 선거법만큼은 180일 계류기간을 지켜라”라고 했다.

최교일 한국당 의원도 “선거제 개편안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때나 지금이나 국민들이 내용을 모른다”며 “국민들이 몰라도 된다는 것이냐. 대통령제 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한 나라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의 격앙된 공세가 이어지자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 앉아 있기가 낯 뜨거울 정도로 발언들이 부끄럽다”며 “어떻게 국회가 이지경까지 왔는지 부끄럽고, 12월까지는 어떻게든 선거법을 확정지어야 총선을 치를 수 있고 이는 국민들께 마땅히 지켜야 하는 의무”라고 못 박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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