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 ‘EU 해체’ 작품 지워졌나?…공사용 차단막 설치돼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6일 15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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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에 싸인 거리의 예술가 ‘뱅크시’의 그라피티 작품이 공사용 작업발판(비계)으로 덮였다.

25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뱅크시가 지난 2017년 작품을 그려 넣은 영국 동남부 항구도시인 도버의 한 건물이 정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뱅크시 그림 속에 등장하는 한 인부는 파란 바탕에 둥글게 자리 잡은 12개의 별 중 하나를 사다리를 타고 올라서서 망치와 정으로 깨부수고 있다.

시야를 넓혀보면 이 사람이 제거 중인 별은 유럽연합기(European Flag) 속의 별 중 하나다. 유럽대륙의 완전과 완벽을 상징하는 유럽연합기의 12개의 별 중 하나를 제거하는 이 그림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유럽연합(EU)의 해체와 이로 인한 불완전함을 보여준다.

뱅크시는 철거 예정이던 금이 간 건물에 그림을 그려 EU의 해체를 더욱 단적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작품이 완성된 시기는 2017년 5월이다.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를 결정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도버 항구의 여객선 터미널 인근 건물에 작품이 그려진 것도 상징적이다.

도버 해협은 영국과 유럽 대륙을 잇는 장소다. 섬나라인 영국은 도버 해협 너머의 국가를 ‘유럽 대륙’이라고 부르며 자국과 EU 회원국을 차별화한다.

2017년 뱅크시의 작품이 발견됐을 당시 건물의 소유주인 ‘고든 가문’은 “뱅크시 작품의 보유, 제거, 판매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심 중이다”고 밝혔다.

BBC는 이들이 작품 위로 흰색 페인트를 덧칠했는지, 판매를 위해 잠시 덮어둔 것인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뱅크시는 지난 2014년에도 고든 가문이 소유한 도버 포크스턴의 한 건물에 그림을 그린 바 있다.

고든 가문은 ‘아트 버프(Art Buff)’라고 이름 붙은 이 그림의 일부를 떼어내 미국의 경매장에 내놨으나 2015년 고등법원이 “뱅크시의 그림을 이들이 임의대로 판매할 수 없다”고 판단함에 따라 원형을 그대로 살려놓은 상황이다.

공사용 작업발판을 설치한 시공사는 “건물 공사를 위해 설치를 요청받았다”며 “목적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들은 “브렉시트를 상징하는 영리한 그림이 망가지다니 정말 슬픈 일이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고 수준의 문화 파괴”라는 비판도 나왔다.

누리꾼 중에서는 “이 건물은 해체 예정인 건물에 그려졌던 것”이라며 “건물이 갑자기 미술품이 그려졌다고 그대로 둘 수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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