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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마주한 ‘3차원 데칼코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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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마주한 ‘3차원 데칼코마니’

김민 기자 입력 2019-08-26 03:00수정 2019-08-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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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현 설치작품전 ‘#21’
맞은편 세탁소 내외관 카피… 1.5평 공간에 ‘가짜 세탁소’ 조성
서울 용산구의 1.5평 윈도갤러리인 룬트갤러리에 있는 남다현 작가의 설치작품(왼쪽 사진)과 맞은편 실제 세탁소 내부. 남 작가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겉모습만 닮고 기능은 전혀 못 하는 가짜 세탁소를 만들었다. 룬트갤러리 제공
서울 용산구 이태원 번화가 밖 ‘모스크’(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가 있는 언덕길. 평범한 상점이 늘어선 골목 가운데 세탁소가 있다. 그런데 그 맞은편 1.5평 공간에 ‘가짜 세탁소’가 등장했다.

세탁소보다 좁은 공간 탓에 간판이 싹둑 잘린 것만 빼면, 재봉틀은 물론 머리 위에 걸린 옷가지, 파란 쓰레기통, 무심코 놓인 리모컨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똑같은 두 공간을 보고 어리둥절해하는 광경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진짜’ 세탁소를 찾은 고객들이 “상도덕도 없이 바로 맞은편에 세탁소를 차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단다. 사실 이 ‘가짜 세탁소’는 남다현 작가(24)의 설치 작품이다. 세탁소 주소를 제목으로 한 그의 개인전 ‘#21(서울특별시 용산구 우사단로 10길 85-1)’이 룬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남 작가는 과거에도 자신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일본어 서적을 필사하고, 그림책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베끼는 작업을 해왔다. 그는 “내용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텍스트도 이미지처럼 복사했다”며 “이를 통해 언어의 구조나 상징의 무용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만든 ‘가짜 세탁소’에서도 관객은 진짜와 가짜, 이미지를 마음대로 복사하지 못하는 ‘저작권’의 의미, 혹은 물질적인 현실세계를 접하지 않고도 사이버공간에서 많은 경험을 하는 세태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우는 아이에게 거울을 보여주면 울음을 멈추듯, 있는 그대로 현실의 모습이 그 이면을 돌아보게 만든다.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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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가짜 세탁소#남다현 설치작품전#룬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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