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토 시사→전략적 모호→전격 종료…靑 지소미아 고심 한 달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2일 20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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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정부 조심스러운 입장 보여
15일 文대통령 강경 메시지 후 18일 정의용 '재검토' 첫 시사
19일 靑 고위관계자 "양적, 질적으로 모든 옵션 검토할 것"
지난 2일 日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이후 본격적으로 언급
與, "당장 파기" "지소미아 연장 부동의가 맞아" 주장 제기
정의용, 6일 국회서 "별도 정보보호협정 활용 가능" 언급도
22일 결국 종료…靑 "일본이 韓 안보 협력국으로 간주 안 해"

“지금은 유지 입장이나 상황에 따라서는 재검토할 수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달 1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 당시 보고 자리에서 이 같이 언급하면서부터다.

그로부터 35일이 지난 22일 우리 정부는 결국 지소미아 연장 종료를 택했다. 정치·안보·국민정서적 모든 측면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근본적인 배경으로 과거사 문제를 무역보복의 수단으로 활용한 일본 정부의 결정을 꼽았다.

지난달 1일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 발표 이후인 청와대는 지소미아 파기와 관련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다 같은 달 15일 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강경 메시지를 발신한 뒤 메시지의 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고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며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나아가 같은 달 18일 정 실장이 문 대통령 주재 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 파기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 본격 주목받기 시작했다. 19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질적으로, 양적으로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도 했다.

일본이 지난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간소화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 결정을 내리면서 우리 정부는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게 됐다. 강력한 카드 중 하나가 바로 ‘지소미아 파기’였다.

문 대통령은 당일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일본의 2차 경제보복에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와대 참모들을 비롯해 민주당에서도 공개적으로 지소미아 파기 언급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2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우리에 대한 신뢰 결여와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와 과연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포함해 앞으로 종합적인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파기 가능성을 보다 강하게 시사했다.

5일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장 정부는 지소미아부터 파기하기를 주문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응특별위원회 최재성 위원장도 “한일이 신뢰하지 못하는 관계로 갔을 때는 지소미아 연장에 대해서 부동의하는 게 맞다”고 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 역시 같은 날 “일본에서 우리와 신뢰가 결여됐고, 안보 문제로 수출규제나 화이트 리스트 배제 등이 연계가 돼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파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6일 청와대 참모들의 메시지도 쏟아졌다.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우리에 대해 신뢰 결여와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결정한 일본과 민감한 군사 정보 교류를 계속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지소미아가 없다고 하더라도 한미일 삼국 간 별도의 정보보호협정이 있어 필요한 경우 그런 체제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한발 더 나아갔다.

그런 와중에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방한 등 미국의 난색이 표명되면서 청와대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소미아 연장 통보 시한 만기일인 이틀 전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해 왔다. 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메시지를 통해 과거보다 미래에 방점을 찍은 대일 메시지를 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청와대는 19일 “현재 검토 중이고 검토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기 힘들다”, 20일 “현재 결정된 사안이 없다.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결정될 사안”이라며 모호성을 유지했다. 21일 김상조 정책실장도 “마지막 순간까지 정부로서는 고민을 계속 할 것”이라며 전략적 모호성을 끝까지 유지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결국 청와대는 연장 종료를 택했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포함해 외교 라인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일본에게 의미 있는 대화 시그널을 보냈지만 일본의 태도 변화가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2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은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려는 우리 정부의 대응에 부응하지 않았다”며 “우리를 안보 협력국으로 간주하지 않고 사실상 전략 물자 수출 통제 국가로 대하는 일본 태도에도 불구하고 이 협정을 유지하는 실리가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교안보 차원에서 우리의 결정이 한일 관계, 한미 관계, 그리고 한반도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도 평가했다”며 “안보협력 뿐 아니라 경제적 차원의 한일 미래협력 측면, 한미일 3국 간 협력 측면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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