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무협상 준비됐다” 北 “흥미 없다”…주도권 샅바싸움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2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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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 비건 대화 촉구 메시지에 외무성 담화로 대응
중·러 등 안보 우려 부각하며 '체제안전' 요구 명분 쌓기
군사 분야 요구사항 전면 내세워 제재 완화 관철 의도

북한이 미국의 실무협상 재개 촉구 공개 메시지에 “흥미 없다”고 맞받았다. 북미가 정상 간 판문점 회담을 계기로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물밑접촉을 시작했으나 이견을 좁혀지지 않으면서 주도권 확보 목적의 장외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22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이라고 실무협상 재개 의지를 재차 확인하면서도 “군사적 위협을 동반한 대화에는 흥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북미 실무협상 미국 측 대표를 맡고 있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21일 한국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난 뒤 취재진 앞에서 “북측 카운터파트로부터 소식을 듣는 대로 협상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측의 호응을 촉구한 바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는 실무협상 ‘재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미국을 겨냥해 여전히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오라는, 협상 재개의 마지노선을 제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담화는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의 F-35A 스텔스 전투기 한국 배치 문제뿐만 아니라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및 배치, F-16V 전투기 대만 배치 등 미국이 관여하고 있는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움직임까지 언급했다.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이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해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의 실무협상에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명분을 만들려는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명분으로 한 미국의 ‘포괄적 비핵화’ 요구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군사적 행보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안보 우려를 가중한다는 논리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한반도 내 미 전략자산의 축소나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의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전략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에 대한 동북아 지역 국가들의 불편한 심기, 중국과 러시아의 대미 정서를 북한이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북한은 미국의 포괄적 비핵화 요구에 대한 방어 논리를 만들기 위해 한반도에 들어오고 있는 미국의 공격형 첨단무기와 한미 연합훈련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러한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체제 안전 보장을 담보하겠다는 이유로 군사 분야에서의 요구사항을 내걸기 시작한 것은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홍 실장은 “북한은 실무협상에서도 전략자산 전개 중단 등 당장 미국 행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카드로 배수진을 치고 미국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북한은 미국이 일부 제재 완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포괄적 비핵화를 요구하는, 기존의 계산법을 바꾸기 전까지 자신들의 안전보장을 담보할 수 있는 포괄적 상응조치를 요구하며 맞불을 놓을 것”이라고 짚었다.

홍 실장은 이어 “북한은 미국에 ‘위협적 환경’을 어떻게 바꿀 건지에 대한 구상을 가져오지 않으면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초강수를 두는 배경에는 현실적으로 받을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제재 완화 요구라도 수용하라는 압박의 의미도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이후 북미 간 실무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이번 실무협상에서도 상호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할 경우 향후 비핵화 협상의 허들이 더 높아질 수 있어 물밑 접촉에서 ‘셈법’의 이견을 좁히기 전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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