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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발길 머무는 그곳… 서울 서촌 ‘무목적’ 빌딩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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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발길 머무는 그곳… 서울 서촌 ‘무목적’ 빌딩 화제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입력 2019-08-22 03:00수정 2019-08-22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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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시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서촌의 무목적 빌딩.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무목적(無目的).’

서울 경복궁 옆 동네인 서촌의 오래된 한옥 건물 사이 4층짜리 노출 콘크리트 건물에 조그맣게 쓰인 이름이다. 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건물로 모여들고, 내부로 들어온 사람들도 미로 같은 공간에서 물 흐르듯이 배회하게 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1층에는 수공예품 판매장과 디자인제품 숍이 있고 2층에는 사진스튜디오, 3층에는 갤러리, 4층에 들어선 ‘대충 유원지’ 바에는 시원스러운 통창을 통해 서촌과 인왕산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인스타그램 명소로 꼽힌다. ‘대충(大蟲)’이란 조선시대에 호랑이를 일컫는 말. 인왕산에 딱 들어맞는 이름이다.


3층 갤러리의 중앙정원을 전시장으로 활용한 김동욱 작가의 작품.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올해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받은 이 건물은 상업빌딩인데도 ‘공공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건물의 밑으로 뚫린 샛길을 이용하면 건물 앞 필운대로와 뒷골목에 있는 중국집 영화루와 대오서점 등 핫플레이스들을 쉽게 오갈 수 있다. 이전까지 주민과 방문객들이 한 블록을 빙 돌아가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쇼트컷(shortcut)’이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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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해 이 건물을 완공한 뒤 이 샛길을 처음 사용한 사람들은 소방관들이었다. 영화루가 내부 수리 도중 화재가 났을 때 119대원들이 넓은 필운대로에 소방차를 세우고, 이 건물을 통과하는 길을 통해 불을 껐다.

송호준 작가의 미디어아트 전시.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2개 동으로 이뤄진 무목적 건물의 내부도 미로 공간처럼 생겼다. 계단과 테라스로 이어지다가도, 벽으로 막히고, 옆의 작은 샛문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또한 루프톱 정원부터 4층, 3층까지 뚫린 중앙정원은 건물 내부에서도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눈을 직접 맞을 수 있는 독특한 야외 공간이다. 지난달 무목적 갤러리(3층)에서 열린 미디어작가 송호준의 ‘On/off Everything’ 전시회 개막식에서는 다양한 전자기기와 조명 쇼, 음악이 어우러진 ‘힙’한 감성의 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이 건물을 설계한 몰드프로젝트의 정영섭 소장은 “끊어질 듯 이어지고, 목적지에 다다른 것 같지만 또 다른 출구로 이어지는, 배회하며 즐기는 공간을 연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원래 가정용 액화석유가스(LPG) 저장소로 쓰이던 콘크리트 건물이 있었다고 한다. 무목적 빌딩도 원래 풍경과 비슷하게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했다. 그러나 신축 건물의 콘크리트 벽면이 매끄럽지 않고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가 하면, 진흙으로 빚어놓은 듯 울퉁불퉁하고 거칠다. 일부러 두껍게 만든 콘크리트 외벽에 고압 살수장치로 물을 쏘아대 상처를 내는 ‘치핑(Chipping)’ 공법을 사용한 것이다. 수압의 크기에 따라 벽면에는 크고 작은 무늬의 상처가 났고, 심한 곳은 철근이 보일 정도다. 이로써 세련된 새 건물이지만 원래 있었던 것처럼, 오래된 서촌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풍경이 됐다.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
#무목적#무목적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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