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보이스피싱 피해’ 지난해의 2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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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수법 교묘해지며 피해 급증… 연말까지 피해액 252억원 예상
경찰청, 범죄예방 호소문 발표

대전에 사는 이모 씨(52·여)는 14일 ‘계좌 명의가 도용됐다’는 문자를 받고 너무 놀라 해당 번호로 전화를 했다. 상대방은 “(귀하의) 도용된 명의로 계좌가 개설돼 3200만 원이 해외로 유출됐다. 카드론 대출 후 대출금을 금융감독원으로 가지고 와야 범죄 연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황급히 농협에서 현금 1860만 원을 인출한 뒤 금감원으로 가는 도중 범인들이 ‘서대전역으로 직원을 보냈으니 거기서 만나면 된다’라고 한 말을 믿고 인출한 돈을 상대방에게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상대방이 알려준 원격 조회가 가능한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는 바람에 자신의 금융 정보를 사실상 통째로 범인들에게 넘겨준 꼴이 됐다.

올해 대전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지난해에 비해 무려 2배 가까이로 늘었다. 경찰 등 관계 기관이 현수막, 전단, 스티커, 언론 등을 통해 피해 예방에 집중하고 있으나 범행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면서 피해 규모는 오히려 늘고 있는 것.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말까지 대전지역 보이스피싱 피해는 891건에 150억5000만 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건수는 149건, 액수로는 70억5000만 원 늘어난 것.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 대전지역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52억 원에 달할 것으로 경찰은 내다봤다.

유형별로는 기관 사칭이 222건에 73억9000만 원, 대출 사기가 669건에 76억6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대출 사기 피해가 건수는 많지만 건당 액수로 따지면 기관 사칭이 더 많다. 피해자 연령은 기관 사칭형은 20, 30대 여성이 많았고, 대출 사기형은 40, 50대가 많았다. 대부분(80.7%)이 계좌 이체 방식으로 범행이 이뤄졌다. 최초 접근 방법은 휴대전화가 38.9%, 대표 번호 21.1%, 일반 전화 17.9% 순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다양한 보이스피싱 예방 활동에도 불구하고 가짜 금융기관이나 검찰이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믿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수법이 진화하고 시민들도 ‘설마 나에게 이런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경각심이 부족해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대전지방경찰청(청장 황운하)은 이처럼 피해가 늘어나자 대전사랑시민협의회, 금융감독원 대전충남지원, 대전상공회의소, 농협은행 대전영업본부, 대한약사회 대전시지부, 충남대 등 7개 기관 및 단체와 함께 20일 범죄 예방 호소문까지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황 청장은 “보이스피싱 피해자 입장에선 범인 검거보다 피해액 회복이 중요한 만큼 경찰은 검거보다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대책 마련과 후속 조치를 위한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보이스피싱#범죄예방 호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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