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오픈 이노베이션’ 가속도… 올 스타트업 투자 1000억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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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반기보고서 공시
中 얼굴인식 딥글린트 418억원, 美 자율주행 오로라 299억 등
상반기 17곳 1028억 신규 투자… 모빌리티 플랫폼도 적극 대응 나서


현대·기아자동차가 올 상반기(1∼6월)에 1000억 원 이상을 국내외 스타트업에 신규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을 핵심 경영 가치로 내세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현대차 대표이사 및 기아차 사내이사로 선임된 3월부터 투자가 집중적으로 진행되는 등 빠르게 체질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9일 현대·기아차가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펀드 출자를 포함해 스타트업 등에 새로 투자한 곳은 17개, 총액은 1028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연간 신규 스타트업 투자 총액 1000억 원을 6개월 만에 넘어선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11월 추가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올 3월 2843억 원을 집행한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호출 플랫폼 그랩까지 포함하면 상반기 투자 총액은 3871억 원이나 된다. 그랩은 2017년에 이은 두 번째 투자여서 신규 투자액으로는 집계되지 않았다. 또 현대·기아차가 인도 1위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 올라에 3384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도 반기보고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구체적인 투자 조건 등을 조율하고 있고 하반기(7∼12월)에 자금 집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투자액 중에서는 현대차가 5월 중국의 인공지능(AI) 기반의 얼굴인식 기술 스타트업 딥글린트에 418억 원을 투자한 것이 컸다. 딥글린트 투자에는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도 별도로 60억 원을 넣었다. 딥글린트는 50m 떨어진 거리에서도 10억 명 중 특정 1명의 얼굴을 1초 안에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현대차 및 현대모비스도 딥글린트와 AI 기반의 탑승자 인식 시스템 협력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테슬라와 구글 출신 개발자들이 뭉친 자율주행 솔루션 스타트업인 미국 오로라에도 5월에 299억 원을 투자했다. 이미 오로라와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 협업을 이어왔지만 지분 투자를 통해 관계를 동맹 수준으로 높인 것이다. 현대차는 4월에 삼성전자 및 LG전자와 협업 관계를 맺은 이스라엘 스타트업 오디오버스트에도 57억 원을 투자했다. 오디오버스트는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구축을 위한 AI 기반 음성 검색 플랫폼을 개발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2월 국내 카풀업체인 럭시의 지분을 카카오모빌리티에 매각한 뒤로는 국내 모빌리티 사업에 투자하지 않았다. 하지만 6월엔 전동 킥보드 공유 업체 올룰로에 30억 원을, 개인 맞춤형 택시 호출 플랫폼 마카롱택시(KST모빌리티)에 50억 원을 각각 투자했다. 또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송창현 대표가 설립한 자율주행 기술 기반의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 ‘코드42’에도 20억 원을 투자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송 대표를 만나 투자를 결정하고 협업을 논의할 정도로 현대·기아차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규제와 택시업계의 반발 속에도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와 VCNC(타다) 등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자 현대·기아차도 다시 국내에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행열 KST모빌리티 대표는 “최근 모빌리티 플랫폼들이 택시업계와 상생하는 형태로 사업 모델을 바꾸는 추세여서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투자도 활발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현대기아차#스타트업#오픈 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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