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아동-노인 보호에 앞장서는 ‘학대예방 경찰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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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경찰청, 유관기관과 긴밀 협력… 피해자 격리-접근금지 조치 등 취해
400여명 재학대 예방 모니터링도

전북경찰청 학대예방경찰관들이 관내 행사장을 방문해 아동폭력 예방을 위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북경찰청 제공
전북경찰청 학대예방경찰관들이 관내 행사장을 방문해 아동폭력 예방을 위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북경찰청 제공
추위가 맹위를 떨친 올해 1월 초 전북 전주시 덕진경찰서 112상황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초등학생 아들이 머리에서 피가 나고 있다는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아동학대가 의심돼 학대예방 경찰관이 출동했다. 경찰은 119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병원으로 이송하고 집안을 둘러봤다. 한겨울임에도 악취가 진동했고 집안은 쓰레기장과 다름없었다. 이 집에는 40대 부부와 아이 3명이 살고 있었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학대에 익숙해져 있었다. 엄마는 무기력증에 빠져 남편의 이런 행동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학대예방 경찰관은 복지단체의 도움을 받아 부부와 아이들에게 상담과 심리치료를 지원했다. 아버지는 스스로 집안 청소를 하기 시작했고 모든 걸 포기하다시피 했던 엄마는 아이들에 대한 양육과 삶의 의지를 찾았다. 심리적으로 불안상태에 놓였던 아이들도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전북지방경찰청 학대예방 경찰관들이 위기 아동과 노인을 보호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학대예방 경찰관은 2016년 계모의 상습적 학대로 숨진 일명 ‘원영이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전북에서는 학대예방 경찰관 28명이 활동하고 있다. 학대가 의심되는 현장에 아동보호전문가와 함께 출동해 격리·보호시설로의 인계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위험도를 평가해 학대 가해자와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학대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예방하고 있다. 자치단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학대 우려 가정 등에 대한 환경개선과 경제적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올 2월에는 10여 년 동안 농장 컨테이너에서 살면서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난 70대 노인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마땅히 살 곳이 없었던 노인이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돕고 복지단체의 도움을 받아 세간 살림도 마련해줬다. 농장주를 설득해 그동안 노인이 받지 못한 월급을 챙겨주고 이웃 주민과의 결연을 통해 혼자서도 외롭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전북지방경찰청 학대예방 경찰관들은 올 1월부터 7월까지 학대 가해자와 피해자 제지·격리 13건, 보호시설 인계 12건, 접근금지 47건의 조치를 하고 300여 명의 아동과 100여 명의 노인들에 대한 재학대 예방을 위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700여 차례에 걸쳐 아동과 노인 학대 예방교육 활동을 벌이고 120여 차례 거리 캠페인도 진행했다. 복지시설 등을 수시로 방문해 아동과 노인에 대한 학대행위가 발생하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조용식 전북지방경찰청장은 “아동과 노인에 대한 학대가 사라지는 날까지 유관기관과 ‘공동체 치안’을 펼쳐 사회적 약자가 행복한 전북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노인 보호#학대예방 경찰관#아동폭력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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