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10년 여정 끝낸 민준영·박종성…고국서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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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17일 0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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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산악인이 고산 등반 도중 동료를 잃고 평생 죄인으로 살아갑니다. 대원들을 찾지 못하고 돌아와 괴로움과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이제라도 돌아와 준 대원들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고(故) 민준영(당시 36세)·박종성(당시 42세) 직지원정대 대원이 17일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과 가족들의 품에 안겨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2009년 9월25일 오전 8시15분 히말라야 히운출리 북벽에 ‘직지루트’를 개설하려 등반하던 두 대원은 박 전 대장과의 교신을 끝으로 연락이 끊겼다.

이후 직지원정대는 민준영·박종성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수차례 히말라야를 찾았지만 소득은 없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서야 민준영·박종성 대원이 돌아왔다.

지난달 양떼를 몰던 양치기 크리쉬나 푼씨(22)가 이들의 시신을 발견했다.

발견 장소는 마지막 교신 지점에서 320m가량 떨어진 곳으로 전해졌다.

실종 뒤 히말라야 빙하가 녹으면서 발견된 지점으로 내려왔거나 눈사태에 휩쓸려 시신이 옮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등반 파트너로 늘 함께하며 친형제 이상으로 가까웠다는 두 대원은 발견된 순간까지 자일(로프) 한 줄로 서로의 몸을 묶고 함께 있었다.

‘2009 직지. 히운출리 원정대. 나는 북서벽을 오르길 원한다.’

등반 당시 박종성 대원이 직접 문구를 적은 레인커버 등을 확인한 박 전 대장 등은 실종된 대원들로 확신했다. 박 전 대장과 유족들은 12일 오전 네팔로 향했다.

발견된 두 사람의 시신은 15일 현지 부검의 등을 통해 민준영·박종성 대원으로 최종 확인됐다.

부검의는 “시신이 햇빛에 노출되면 빠르게 부패한다”며 “이번에 발견되지 않았다면 영원히 이들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장과 유족들은 현지 시간으로 15일 오후 5시(한국시간 오후 8시15분)에 두 대원을 네팔 전통방식으로 화장했다.

화장에 앞서 박 전 대장은 “준영이와 종성이가 자일에 엮여서 10년간 히말라야에 함께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손잡고 함께 보낼 수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며 “두 대원은 영원한 직지원정대”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장과 유족은 두 대원의 유해를 품에 안고 17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민준영·박종성 대원은 꼬박 10년 만에 고향인 충북 청주로 돌아왔다.

박 전 대장은 “만감이 교차한다”며 “이렇게 돌아와 준 준영이와 종성이에게 감사하면서도 당시 아픔이 되살아나기도 해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그는 두 대원에게 “10년의 긴 등반이 마무리돼 간다. 그 추운 곳에서 우리를 만나려고 오랫동안 버티고 견뎌줘 고맙다. 이제는 고향의 품에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직지원정대는 2006년 지역 산악인 등 30여명으로 구성됐다. 2007년 히말라야 차라쿠사지역 미답봉 등반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2008년 재수 끝에 미답봉 등반해 성공했고, 민준영·박종성 대원이 이곳을 ‘직지봉’(해발 6235m)으로 명명한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두 대원은 2009년 히밀라야 히운출리 북벽 직지루트 개척 등반에 나섰다가 실종됐다.

직지원정대는 실종된 두 대원을 위한 추모조형물을 세우는 등 추모 활동을 이어왔다.

(청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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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네팔 히말라야 등반 도중 실종된 직지원정대 소속 고(故) 민준영(왼쪽, 당시 36세)과 박종성(〃 42세). (직지원정대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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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실종된 히말라야 직지원정대 소속 고(故) 박종성(당시 42세) 대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배낭 레인커버. 박 대원은 2009년 9월1일 히말라야 히운출리(6441m) 원정 도중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길목인 촘롱 지역에서 자신의 배낭 레인커버에 영문 등으로 ‘2009 직지. 히운출리 원정대. 나는 북서벽을 오르길 원한다’고 직접 적었다. (충북산악구조대 제공) 2019.8.12 /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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