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새 압박카드 꺼낸 정부…日과 대화는 지속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14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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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로 한일 간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대일(對日)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도 대화를 통한 갈등 해결 노력을 지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본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새로운 대일 압박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1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조치를 결정한 데 이어 13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전격 제기한 것이다. 외교부는 이미 방사능 위험을 들어 일본 내 여행 경보 확대 가능성도 거론했었다.

외교부는 전날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출한 문제에 대해 일본 측에 정보 공개를 청구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한국 정부가 방사능 문제를 이유로 도쿄올림픽 불참까지 연계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세지란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원자력 전문가인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일본이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10만톤을 태평양에 방류하면 동해의 방사성 물질도 증가한다”고 밝혔다.

숀 버니 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의 문제점과 진실’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세슘을 함유한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했을 때 동해의 오염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문제는 일본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만큼 민감해하는 이슈다. 일본 정부가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제공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방사능 안전 논란이 일고 있어 아베 신조 총리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지난 4월에는 일본 후쿠시마 주변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둘러싼 한일 무역 분쟁에서 한국이 승소한 바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을 우려하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이 2020도쿄올림픽을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지의 안전성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하고 있지만,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고 미 언론들의 보도도 나왔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식품 안전이나 방사능 오염 폐기물,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어 일본으로서는 강력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다”면서 “아베 총리가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또 “일본의 대항조치와 관련 없이 이 문제는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도쿄 올림픽에 한국 선수단을 보내야하는 데 도쿄 올림픽에 식재료를 가져갈지에 대해 빨리 결정해야 한다. 일본 측에 정확한 보고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대일 강경대응 기조 속에서도 외교채널을 통한 대화 노력을 지속하는 등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한·일 외교차관은 광복절 이후 제3국에서 비공개로 만나 강제징용 배상과 수출규제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전격 취소한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한·일 외교당국은 언론을 통해 회담 추진 사실이 공개되자 물밑 논의를 진행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회담을 전격 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일 외교차관 회담이 무산됐지만 한·일 외교당국은 양국 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는 만큼 추후 외교차관 회담을 재추진 할 가능성이 있다. 양국은 다음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을 계기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여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과 대화를 계속 시도할 수 밖에 없고 시도를 해야 한다. 외교채널은 항상 열려있다”면서 “너무 과도하게 기대를 가져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일 외교당국 간 물밑접촉을 통해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이낙연 국무총리의 대일 특사 파견이나 정상 간 만남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장 오는 15일 광복절에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을 대일 메세지는 한일갈등이 확전될 지, 소강국면으로 접어들 지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 지지 않겠다’며 일본 비판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던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수석·보좌관회의 이후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며 수위 조절에 나섰다. 따라서 한일 갈등의 책임을 일본에 돌리면서도 해법을 함께 모색해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하자는 화해의 메세지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의 메세지가 ‘톤다운’ 될 것 같고 수위 조절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완전히 극적으로 국면전환이 이뤄지지 않겠지만 신중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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