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무기시험으로 방사선 16배 늘었는데도 ‘침묵 모드’

  • 뉴스1
  • 입력 2019년 8월 14일 1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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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 군사시설에서 벌어진 의문의 폭발 사고 당시 방사선이 유출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가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주 세베로드빈스크시 인근의 군 실험장에서는 미사일 관련 시험 도중 폭발이 발생해 최소 5명이 숨졌다.

13일(현지시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폭발 사고와 관련해 “모든 기관은 이번 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하면서 모든 시민의 안전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번 사고를 통해 방사선이 유출됐다는 의혹 및 핵 미사일 시험과의 관련성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사고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은 ‘로켓 엔진 시험 도중 폭발했다’는 것이다.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폭발 사고는 당시 해상 플랫폼(선체 위)에서 발생했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가 날아가 바다에 떨어질 정도로 폭발 규모가 강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전문가와 외신들은 당시 방사선 수치가 급증한 점을 미뤄 ‘9M730 부레베스트닉(나토명 SSC-X-9 스카이폴) 핵추진 순항미사일’ 시험 도중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레베스트닉 미사일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국정연설에서 처음 공개한 러시아군의 신형 무기 체계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무한한 사거리를 가진 미사일”이라며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 할 수 있다고 치켜세웠다.

실제로 러시아 기상당국에 따르면 사고 직후 세베로드빈스크시 일대 방사선 수치가 평소보다 최대 16배 급증했다고 CNN은 전했다. 또 사망자들이 소속된 러시아 원자력기구 로스아톰 측은 언론 인터뷰에서 ‘새로운 무기’를 시험하던 도중 사고가 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당국은 이날 사고 지역 인근 마을에 대피령을 내렸다가 다시 번복했다. 현지 주민들은 ‘군사훈련이 있으니 안전상의 이유로 집을 떠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사고와 관련한 명확한 설명 없이 미국과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 중거리핵전력(INF)조약 파기로 미러 간 군비경쟁이 불붙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서 각국 정부의 목소리엔 관심이 쏠린다.

크렘린궁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의 실패한 미사일 폭발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 분야에서 러시아의 발전 수준은 다른 국가를 능가하고, 매우 특별하다는 점을 계속 말해왔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발 사고 소식에 “러시아의 ‘스카이폴’(부레베스트닉)폭발로 많은 사람이 일대 공기질을 걱정하고 있다. 좋지 않다”며 “비록 더 발전되긴 했지만 우리도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다”고 조롱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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