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외손녀 “내 나라 묻히려 돌아와”…文 “독립은 오늘의 역사”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13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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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하 선생 아들 "아버지는 언제나 고국으로 돌아가신다고 해"
심명철 지사 아들, 유관순 열사와 함께 부른 '대한이 살았다' 소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독립 유공자 및 후손들의 오찬 간담회에는 안중근 의사의 외손녀 황은주씨, 홍재하 선생의 아들 장자크 홍푸안씨, 심명철 지사의 아들 문수일씨 등 160여명이 참석했다.

황씨는 이날 오찬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후 안 의사 가족이 겪어야 했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전했다.

황씨는 “내가 중국 상해에서 나서 거기에서 자랐는데 우리나라가 없었다”며 “해방을 맞은 내 나라에 와서 살면서 마지막 가는 날에 내 나라에 묻히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계기로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게된 독립운동가 홍재하 선생의 후손도 청와대를 찾았다.

홍재하 선생은 1920년 유럽 지역 최초의 한인단체인 재불한국민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을 전달한 인물이다.

홍재하 선생의 아들인 홍푸안씨는 “내가 한국말을 못하게 된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아버지는 언제나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소망이 너무나 확실하셨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한국에 가면 한국어를 배울 것이니 굳이 배울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며 “그래서 내가 한국어를 못하는 것을 굉장히 유감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일제 식민지 이후에, 또 조국의 전쟁과 분단을 보시면서 괴로워하셨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모든 가능한 방법으로 조국을 돕고자하셨던 아버지는 정말 진정한 애국자셨다”고 소개했다.

홍푸안씨는 인터뷰를 마친 뒤 서툰 우리말로 아리랑을 불렀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비롯한 오찬 참석자들도 노래를 따라부르며 호응했다.

유관순 열사와 서대문형무소에서 ‘대한이 살았다’라는 노래를 함께 지어 부른 독립운동가 심명철 지사의 아들 문수일 씨도 오찬에 참석했다.

심씨는 “ 내가 고등학교 때 어머님이 (노래를) 자주 부르셨다. 그래서 그때 이게 무슨 노래냐고 하니까 어머님께서는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됐을 때 8호 감방에서 같이 불렀던 노래’라고 말씀하셨다. 그 뜻을 보니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었다. 어머님께 부탁드려 기록을 해서 65년 만인 올해 (노래가) 다시 살아나게 됐다”고 밝혔다.

심씨는 “전중이 일곱이 진흙색 일복 입고 두 무릎 꿇고 앉아 하나님께 기도할 때, 접시 두 개 콩밥덩이 창문 열고 던져줄 때 피눈물로 기도했네. 피눈물로 기도했네. 대한이 살았다. 대한이 살았다. 산천이 동하고 바다가 끓는다. 대한이 살았다 대한이 살았다”라는 가사의 노래를 직접 불렀다.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노래가 끝나자 감격스런 표정으로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오찬사를 통해 독립운동가와 후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황은주 여사님의 이야기에서 독립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꿈꿨던 안중근 의사의 높은 기개와 사상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며 “홍재하 선생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들려주신 장자크 홍푸앙 님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이번 광복절에 홍재하 선생을 독립유공자로 포상하게 돼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심명철 지사의 이야기와 함께 ‘대한이 살았다’를 낭송해 주신 문수일 님께도 깊이 감사드린다”며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실에 유관순 열사께서 옥고를 치르신 그 방이다. 그 방에서 울려 퍼진 ‘대한이 살았다’의 노랫말이 오래도록 국민들의 가슴에 남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세 분의 말씀에서 독립의 역사가 과거가 아닌 오늘의 역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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