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원의 다짐, “정후 형·백호, 아직 멀었지만…따라잡도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8월 13일 14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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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원의 다짐, “정후 형·백호, 아직 멀었지만…따라잡도록!”

“에이, 아직 멀었죠….”

정은원(19)은 그야말로 한화의 복덩이다. 입단 첫해인 지난해 98경기에서 타율 0.249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을 때만 해도 ‘한화의 미래’ 정도로 꼽혔다. 하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를 밀어내고 한화의 2루를 지키고 있다. 12일까지 올 시즌 108경기에서 타율 0.282, 6홈런, 52타점, 70득점을 기록 중이다. 정은원의 타구는 야수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안타로 이어진다. 정은원은 이제 한화의 어엿한 현재다.

2년차 징크스는커녕 오히려 더 나아진 모습이다. 정은원은 “지난해 단점을 많이 파고들었다. 부진했을 때 ‘2년차 징크스’라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았다. 올해 한 뼘이라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비시즌 독기에 여유까지 더해졌다. 이제 타석에서 투수의 유형에 따라 접근법도 달라졌다. 좌투수를 상대할 때면 조금 더 홈 플레이트 쪽으로 붙는다. 경험을 쌓으며 생긴 자신만의 노하우다. 이런 것들이 하나 둘 쌓이다면서 정은원도 베테랑이 될 것이다. 정은원도 “지난 7월 한 달간 너무 부진했다(19경기 타율 0.203)”라며 “안 좋을 때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를 배웠다. 내년에 같은 슬럼프가 찾아온다면 조금 더 빨리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베이징 키즈. 한국야구는 최근 이정후(21·키움 히어로즈), 강백호(20·KT 위즈) 등 젊은 야수 풍년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정은원도 그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에 스스로는 손사래를 친다.

“내가 어떻게 (이)정후 형이나 백호와 라이벌일까. 급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S급이라면 나는 A급도 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내가 따라잡아야 할 선수들이다. 포지션이 달라 수비적인 부분은 논할 수 없지만, 타격에서 많이 뒤처져 있다. 꾸준한 성적으로 그들과 비등한 성적을 내고 싶다. 그러다 보면 또래 형, 친구들과 태극마크도 달 수 있지 않을까.”

올 시즌 최하위로 떨어진 한화 야구를 보는 재미 중 하나. 정은원을 수식하는 문장이다. 2년차인 그는 최하위에 처지며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상징적인 장면 하나. 정은원과 인터뷰를 하던 도중, 정민태 투수코치가 다가와 “우리 아버지”라고 농을 쳤다. 정은원과 정 코치는 나란히 경주 정 씨다. 항렬을 따졌을 때 정은원이 정 코치보다 하나 위로 아버지뻘이다. 정 코치는 정은원을 볼 때마다 “요즘 나만 보면 아들 대하듯 한다”고 짓궂은 농담을 건네고, 정은원은 손사래 치며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든다.

2년차 선수가 짊어지기에는 제법 많은 짐이 그의 어깨에 있다. 하지만 정은원은 늘 웃는다. 그렇게 한화의 현재이자 미래는 성장하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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