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소녀상” 망언 에반게리온 작가…日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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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13일 1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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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캐릭터 디자이너 사다모토 요시유키(貞本義行·57)가 평화의 소녀상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다. 오른쪽 사진은 사다모토가 트위터에 남긴 글.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캐릭터 디자이너 사다모토 요시유키(貞本義行·57)가 평화의 소녀상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다. 오른쪽 사진은 사다모토가 트위터에 남긴 글.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캐릭터 디자이너 사다모토 요시유키(貞本義行·57)가 평화의 소녀상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다.

사다모토는 9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더러운 소녀상. 일왕의 사진을 불태운 후 발로 밟는 영화. 그 나라의 프로파간다 풍습. 대놓고 표절. 현대 예술에게 요구되는 재미! 아름다움! 놀라움! 지적 자극성이 전혀 없는 천박함에 질렸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계 미국인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주전장’을 겨냥한 말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 본 한국인들이 거세가 반발하자 사다모토는 추가 글을 올렸다. 그는 “난 한국 아이돌을 좋아한다. 아름다운 것은 솔직히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녀상은) 조형물로서의 매력이 없고 지저분하다고 느꼈다. 실제로 본다면 다를까. 모델이 있다면 미안하지만, 예술로서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또 그는 “에반게리온 신작을 기다리는 한국인에게 한마디 부탁한다”는 팬의 질문에 “보고 싶으면 봐도 되고, 보기 싫으면 안 봐도 된다. 난 신경 안 쓴다. 근데 보지 말라고 해도 볼 거잖아. 마지막일 테고, 분명 죽여줄 거니까”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발언에 실망을 표하는 에반게리온 팬 카페 회원들.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발언에 실망을 표하는 에반게리온 팬 카페 회원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일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이다. 1995년 처음 선보인 이후 TV시리즈와 영화 등으로 탄탄한 팬층을 확보했다. 작품에 대한 의견과 정보 등을 공유하는 팬 카페까지 있을 정도.

하지만 사다모토가 이 같은 망언을 쏟아내자 국내 팬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에반게리온 팬 카페에서 활동하던 한 회원은 “이런 말 듣고도 에반게리온을 좋아할 수 없다. 그냥 이제 에반게리온이 싫다”며 “어차피 일본 불매운동하고 있던 참이라 에반게리온도 손절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회원도 “오해라고 입장표명하면 선택적으로 손절 가능하겠지만, 딱 한국 팬들 고려 안한다고 선 긋는 거 보니까 괘씸해서라도 에반게리온 관련 어떠한 것도 소비하기 싫어진다”고 했다.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발언을 비판한 영화 평론가 마치야마 토모히로(위쪽·町山智浩)와 만화가 타카토 루이(아래쪽·r_tkt).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발언을 비판한 영화 평론가 마치야마 토모히로(위쪽·町山智浩)와 만화가 타카토 루이(아래쪽·r_tkt).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다. 일본의 영화 평론가 마치야마 토모히로(町山智浩)는 트위터를 통해 “차라리 정치적 배경이 싫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정치적 배경 빼고 순수하게 조형물로 볼 때 그 동상은 전형적인 한국인 소녀를 묘사한 것뿐”이라며 “그걸 매도하는 건 차별이다. 예를 들어 흑인을 묘사한 동상에 대해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받아들여지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만화가 타카토 루이도 사다모토의 글을 리트윗하며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오랜만에 기분이 나빠졌다. 그리고 에반게리온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강하게 남아 있다는 걸 실감하는 사건이었다”며 “창피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타카토 루이는 일본의 화장품 브랜드 DHC의 혐한 방송 논란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일본인들은 DHC의 추악한 증오심을 더 비판하고 막았어야 한다. 우리가 한 것에 대해 대신 사과한다. 너희와 함께하기로 약속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잘가요dhc’라는 해시태그를 남기기도 했다.

‘에반게리온: Q’에 작화 감독으로 참여한 이노우에 토시유키는 사다모토가 평화의 소녀상을 ‘더러운 소녀상’이라고 비난한 것을 비꼬며 “‘더러운’ 본성을 드러낸 동업자가 있어서 기분이 복잡하다. 쓴웃음을 지었다”라고 비판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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