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시위대 공항 점거하자… 中 “테러리즘, 무자비하게 퇴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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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공항 여객기 운항 전면 중단
경찰 빈백건 등 발사 여성 실명위기… 격분한 시위대 공항에 몰려들어
中언론은 경찰부상 집중 부각… 계엄령 선포-무장병력 투입 가능성

홍콩공항 메운 시위대… 전광판 항공편은 취소 취소 취소 12일 홍콩국제공항에 모인 시위대가 ‘오늘 
거리로 나온 이들은 용감하다’ ‘모든 구금자들을 석방하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워 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AP 뉴시스
홍콩공항 메운 시위대… 전광판 항공편은 취소 취소 취소 12일 홍콩국제공항에 모인 시위대가 ‘오늘 거리로 나온 이들은 용감하다’ ‘모든 구금자들을 석방하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워 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AP 뉴시스
수천 명에 이르는 홍콩의 반중(反中)·반정부 시위대가 12일 오후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하면서 여객기 운항이 전면 중단되는 등 홍콩 사태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 홍콩국제공항은 1924년 개장 이후 95년 만에 처음 시위로 폐쇄됐다. 중국 정부가 10주를 넘어선 홍콩 시위를 이날 처음으로 “테러리즘”이라 규정하고 초강경 대응을 강조해 계엄령이나 병력 투입 등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시위대는 9∼11일 3일 연속 홍콩공항에서 시위를 벌였다. 당초 12일엔 시위가 예정돼 있지 않았으나 전날인 11일 밤 홍콩 도심 침사추이 경찰서 밖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탄과 고무탄총, 빈백건을 발사해 여성 시위 참가자가 중상을 입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홍콩 매체들에 따르면 피를 흘리며 병원에 이송된 이 여성은 오른쪽 눈 안구와 각막이 파열돼 실명 위기에 빠졌으며 코뼈, 턱뼈도 골절됐다.

이에 격분한 시위대가 12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100만 명이 공항을 점거해 항의 시위를 벌이자”고 호소했다. 일부 시위대는 실명 위기에 처한 여성처럼 안대나 헝겊으로 한쪽 눈을 가리거나 “깡패 경찰들아, 우리에게 눈을 돌려 달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7시경 대부분 철수했고 수백 명만 남았다.

앞서 11일 홍콩 지하철 콰이퐁역 내에서는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에 플랫폼에 있던 승객이 이마를 다치는 등 강경 진압이 이어졌다. 홍콩 인권단체들은 “경찰이 2m 이내에 있는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사했다”며 경찰을 비판했다.

밍(明)보는 시위대가 침사추이 경찰서에 벽돌과 화염병으로 보이는 물체를 던졌으며 경찰 1명이 다리에 화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등 중국 매체들은 12일 경찰의 화상 사실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판공실은 대변인 입장문을 통해 10일 화염병 투척에 대해 “과격 시위는 이미 심각한 폭력 범죄로 변했고 테러리즘 출현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홍콩은 이미 중요한 고비에 이르렀다. 무자비하게 사정 봐주지 않고 강력 퇴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10일 무장경찰이 탄 장갑차와 물대포가 선전시로 집결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나돌았다. 중국 공산당 산하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은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 공식 계정에 “무장경찰 부대는 폭동, 소요, 심각한 폭력 범죄, 테러 등 사회 안전 관련 사건을 진압할 수 있다”는 글을 올리며 전격적인 투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홍콩공항 메운 시위대… 전광판 항공편은 취소 취소 취소 공항
 측이 체크인을 마친 출국 항공편과 이미 홍콩으로 들어오는 항공편 외에 이날 예정된 모든 항공 운항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뒤 출입국
 전광판은 항공편 취소(cancelled) 표시로 바뀌었다. 홍콩=AP 뉴시스
홍콩공항 메운 시위대… 전광판 항공편은 취소 취소 취소 공항 측이 체크인을 마친 출국 항공편과 이미 홍콩으로 들어오는 항공편 외에 이날 예정된 모든 항공 운항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뒤 출입국 전광판은 항공편 취소(cancelled) 표시로 바뀌었다. 홍콩=AP 뉴시스
한편 한국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2일 공항 운항이 중단된 이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 항공편 10편 전부와 외국 항공사 13편 대부분이 결항했다. 이 항공편으로 귀국할 예정이던 여행객 1004명은 공항 외부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특파원 /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홍콩#반중 시위#여객기#공항 점거#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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