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도발·조롱 담화문에 ‘인내’하는 靑 속내는

  • 뉴스1
  • 입력 2019년 8월 12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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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대화나누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9.6.30/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대화나누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9.6.30/뉴스1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로 도발하는 가운데 외무성의 ‘조롱 담화문’에도 청와대가 강한 입장을 내지 않는 배경에는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의도가 ‘명확’하다는 판단이 있다.

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친서 외교’가 이어지고 북미 실무접촉이 임박한 상황에서 대화의 모멘텀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 북한 반응에 일일이 대응해 자극하기보다 ‘인내’로 대화 동력을 이끌어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한미 연합지휘소훈련 첫날인 전날(11일) 북한 발사체와 관련한 청와대 긴급장관회의를 조롱하며 청와대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권 국장은 “앞으로 대화로 향한 좋은 기류가 생겨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철저히 이러한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2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외무성의 담화문과 관련해 “담화문의 진위가 가장 중요한 데,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끝나면 (미국과) 실무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강한 어조의 ‘조롱’을 한 것보다 북미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보인 점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최근 김 위원장으로부터 인편으로 친서를 전달받았다고 밝히면서 “김 위원장이 한미연합훈련이 끝나자마자 만나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는 의사를 매우 친절하게 전해왔다”고 밝혔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의 4차 미사일 발사 이후인 지난 7일 “장거리 미사일도 발사되지 않고 있다”며 “2~3주 안에 협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종합할 때 북미 실무협상은 한미 연합지휘소 본훈련이 끝나는 오는 20일 이후가 될 전망된다.

청와대는 북미 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외교적 전략의 하나로 ‘인내심’을 선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중장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볼 때 (북한과의)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의 도발에) 의미를 과도하게 보지 않고 대화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메시지를 일관되게 발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쪽에서는 (대화) 의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향후 북미 실무협상이라는 트랙이 시작되기 전까지, 대화국면으로 가는 국면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계속되는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해서는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31일, 8월2일과 6일, 10일까지 18일동안 다섯 번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했다.

이때마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회의 결과를 통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언급한 적은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한반도에서 대화국면으로 가는 상황에서 안보에 저해가 될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에 우리가 강한 우려를 표명했던 것”이라며 “그렇지만 중장기적인 것과 단기적인 것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 간 협상이 시작되고 대화기간에 접어들면 북측에서도 발사나 (조롱) 행위 등의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 임명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막말은 속상해서 하는 소리”라고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과 대화가 안 풀리니까 곧 만나자고 이야기를 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뷰티풀 레터’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앞으로 실무협상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비난으로) 한국을 약을 올려서 나서서 미국이 너무 단계를 복잡하게 하지 않고 바로 북미정상회담으로 갈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 담화문은 통상 우리 정부가 내고 있는 담화문과 결이 다르고 쓰는 언어가 다르다”며 “다만 이런 부분에 대해 청와대 측에서 직접 말하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서 지금까지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담화문과 관련해서는 통일부에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한미연합훈련 등을 이유로 우리 정부 등을 비난하는 것은 남북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외무성이) 남북 대화는 꿈도 꾸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월권행위”라며 “외무성은 남북 대화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 우리 외교부가 남북대화에 대해 말하면 안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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