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양가 상한제, 공급부족-가격상승 악순환 불러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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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늘 당정협의를 갖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9·11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1년이 채 지나지도 않아 최근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오를 조짐을 보이자 이를 방치할 경우 자칫 전국적인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조기 진화를 위해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든 듯하다.

특히 상한제 적용 시점을 현행 ‘관리처분계획인가’에서 ‘입주자 모집공고’로 앞당기려는 것은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의 수익성을 떨어뜨림으로써 부동산 투자 열기를 가라앉히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양가를 통제하지 않고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는 정부가 민간 주택의 가격을 직접 정하는 극한처방이다. 부작용 때문에 경제 부처는 말할 것도 없고 여당 내부에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현재 적용하고 있는 대출 규제, 세금대책, 규제지역 확대 등으로도 모자라 분양가 상한제까지 도입되면 시장 왜곡현상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주변 아파트보다 20∼30% 이상 낮게 책정될 상한제 적용 아파트에 당첨되면 수억 원의 프리미엄이 붙는 로또 아파트가 속출할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보완대책으로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2006년 판교 분양 때 전매제한 기간을 10년으로 늘렸지만 청약광풍을 막을 수 없었던 경험이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점은 정책 목표와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상한제 방침을 시사한 지난달 초 이후 벌써 완공된 새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 대상 지역의 재건축 사업이 위축돼 결국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다시 오르고 이를 잡기 위해 다시 정부 정책이 동원되는 과거 경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주택정책으로 역점을 둬야 할 부분은 고가 주택의 수급 및 가격이 아니라 서민의 주거 안정이다. 서민용 주택 공급에 나서고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주택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민간 주택#집값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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