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파워기업]사천 와인 갤러리에 ‘키위 와인’ 돌풍… 100년 장수기업에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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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영농조합법인 오름주가

전국 유일의 키위와인 생산업체인 조현국 오름주가 대표가 10일 와인갤러리에서 키위와인의 맛을 설명하고 있다. 와인갤러리는 사계절 15도 안팎을 유지한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전국 유일의 키위와인 생산업체인 조현국 오름주가 대표가 10일 와인갤러리에서 키위와인의 맛을 설명하고 있다. 와인갤러리는 사계절 15도 안팎을 유지한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1. 와인갤러리에 ‘빠지다’

늦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10일 오전 11시 반경. 경남 사천시 곤명면 경서대로(신흥리) ‘와인갤러리’. 영농조합법인 오름주가(酒家) 조현국 대표(42)의 안내로 들어선 터널은 서늘한 공기가 가득했다. “에어컨을 가동하느냐”고 묻자 ‘자연 그대로’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계절 12∼17도, 평균 15도 안팎이 유지된다.

와인 박스를 비추는 은은한 간접 조명, 터널 벽면을 가볍게 두드리는 조용한 음악, 그리고 아름다운 그림들. 개천미술대상전 추천작가인 강영화의 수채화, ‘와인 아트’라는 독창적인 분야를 열어 가는 조현주의 와인 그림, 인간 내면의 욕구를 예술적 작품으로 승화시킨 문명숙의 유화…. 갤러리다웠다.

10분 정도 지나자 추위가 느껴졌다. 막내딸 가족과 함께 갤러리를 찾은 진주의 김수율 씨(86)도 “더위를 식힐 수 있어 좋긴 한데 (추워서) 오래 있진 못하겠다”고 말했다. 휴가를 맞아 서울에서 왔다는 박모 씨(38) 부부는 “편안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소문 그대로다”라며 유모차를 밀었다. 방문객은 줄을 이었다.

완사역에서 진주 방향으로 700m 떨어진 이 터널은 1960년대 뚫은 것이다. 1999년 경전선 철도가 폐쇄되고 철도시설공단 소유이던 것을 2012년 조 대표가 빌려 다듬었다. 연간 최대 10만 명이 찾는다. 시음장에선 키위(참다래) 와인의 제조 공정과 맛, 특징을 설명해 준다. 230m를 걸어 터널 막바지에 다다르면 ‘빠지다’라는 대형 붓글씨가 반긴다. ‘사천·삼천포에 빠지다, 행복에 빠지다, 사랑에 빠지다’라는 아기자기한 글들도 전망대를 장식하고 있다. 서예가 순원 선생 글씨다.

#2. 키위 와인에 ‘빠지다’

오름주가의 키위 와인. 향과 맛이 상큼하다.
오름주가의 키위 와인. 향과 맛이 상큼하다.
국립 경상대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한 조 대표는 건설 현장을 누비다 우연한 기회에 ‘술’과 인연을 맺었다. 어머니를 위해 관절염에 좋다는 기능성 술을 담근 것이 출발이다. 연구를 거듭하던 중 특산주 개발에 뛰어들었다. 사천 특산품인 키위가 원료였다. 대학원에서 발효공학을 공부한 그는 2008년 영농조합법인 오름주가를 등록했다. ‘오름’은 옳음, 오르다라는 뜻이다. 드라이 와인은 ‘7004D’(칠천포)와 ‘4000’(사천), 스위트는 ‘7004S’와 ‘3004’(삼천포)다. 조 대표의 사천, 삼천포 사랑을 담은 이름이다. ‘7004’는 사천(4000)과 삼천포(3004)의 합성어다. 사천시는 옛 사천군과 삼천포시가 통합돼 재탄생했다.

송도근 사천시장도 전국 유일의 키위 와인 제조업체인 오름주가를 적극 지원한다. 사천에선 연간 2000t의 키위가 생산된다. 이 가운데 70t 안팎을 오름주가에서 사들인다. 와인 생산은 750mL 5만 병 정도. 매출은 6억∼7억 원. 와인 족욕장 등이 문을 열면 5년 뒤엔 20억 원을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사천 키위는 달콤하고 상큼하다. 그래서 키위 와인은 감미로운 향과 산뜻한 풍미를 자랑한다. 전통주 품평회에서 금상도 받았다. 전국 150개 와인 품평장인 경기 광명의 와인동굴에서 오름주가 키위 와인은 판매 최상위권이다.

조 대표는 사천시 미룡길(노룡동) 본사 옆에 와인 족욕과 시음, 휴식이 가능한 ‘빠지다’를 가을에 개장하기 위해 2층 건물을 짓고 있다. 도약을 위한 야심작이다. 와룡산 금오산 사천만을 바라보며 50명이 동시에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정직하고 겸손한 기업인으로 소문난 그는 “단순한 돈벌이보다는 내실을 다지면서 100년 장수 기업, 사회적 회사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오름주가#키위 와인#사천 와인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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