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태, 中 vs 美英으로 번지나? 대만 기업에도 불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1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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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을 홍콩 시위 배후로 지목하며 미중 갈등이 격화한 가운데 중국과 영국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1842년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패해 홍콩을 넘겼고 155년이 흐른 1997년 돌려받았다. 홍콩 사태가 중국 대 미·영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영 “폭력 안 돼” vs 중 “영 식민지 아니다”

10일 영국 외무부에 따르면 도미닉 라브 외교장관은 9일 캐리 람 홍콩 행정수반과의 통화에서 ‘평화로운 시위 권리’를 강조했다. 그는 “폭력이 (홍콩 시민) 다수의 합법적 행동에 그늘을 드리우면 안 된다”며 중국군 투입 및 무력진압을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 뉴시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 뉴시스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같은 날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입장 발표에 따르면 중국은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영국 식민지가 아니다. 영국 정부가 홍콩 행정수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압박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국은 홍콩에 대한 주권, 통치권, 감독권이 없다. 즉각 무책임한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도 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도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중국은 이미 (아편전쟁으로 홍콩을 영국에 빼앗긴) 1842년의 중국이 아니다.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며 외부 세력이 개입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6일 홍콩의 친중 매체들은 홍콩 주미총영사관의 한 여성 외교관과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 지도자들이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이 외교관은 물론 그의 자녀 신상까지 공개해 신상털기 논란에 휩싸였다. 미 국무부가 공개 배후에 중국이 있다며 중국을 “폭력배 정권”이라고 비판하자 중국도 “강도 같은 논리”라고 맞서는 등 미중 갈등도 여전하다.

캐세이퍼시픽·대만 밀크티 기업도 불똥

홍콩 시위 여파는 홍콩 및 대만 기업으로도 번졌다. 9일 중국 민항국은 시위에 참여한 홍콩 유명 항공사 캐세이퍼시픽 직원들이 중국행 비행기를 조종하거나 중국 영공을 지나지 못하도록 제재했다. 중국은 자국 영공에 들어오는 캐세이퍼시픽 모든 항공편에 대해 탑승 명단을 사전 조사할 것이며, 승인을 얻지 못하면 영공 통과를 불허하겠다고 밝혔다.

하루 뒤 캐세이퍼시픽은 반중 시위에 참가한 조종사 1명을 비행 업무에서 배제했다. 또 중국 민항국이 홍콩 경찰 축구팀의 중국행 일정을 유출했다고 지목한 직원 2명도 해고했다. 홍콩 일간지 밍(明)보에 따르면 ‘이팡(一芳)과일차’ ‘COCO(코코)밀크티’ ‘공차’ 등 대만의 유명 밀크티 기업도 홍콩 시위에 지지를 표시했다 중국 누리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이팡과일차’는 홍콩의 한 분점이 홍콩의 반중(反中)파업에 호응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네티즌들의 표적이 됐다. 이 기업이 자사 웨이보에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지지한다”며 진화를 시도하자 이제는 대만 누리꾼이 발끈하며 불매 운동에 나설 태세다.

‘CoCo밀크티’ 역시 한 분점에서 발생한 영수증에 ‘홍콩 힘내라’라는 글씨가 있었다는 이유로 중국 누리꾼의 보이콧 대상이 됐다. 이 회사 역시 “홍콩은 중국의 떼어낼 수 없는 일부분”이란 입장을 발표했다 대만 누리꾼의 질타를 받았다. 이 회사는 결국 대만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폐쇄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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