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말은 많은데 같은 말만 반복? ‘꼰대’ 소리 듣지 않으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1일 15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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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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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꼰대’가 직장 내 소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꼰대란 자신의 사고나 행동방식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왜 그럴까? 우리 뇌의 발달 과정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인간의 뇌에서 감정 통제와 공감 기능을 수행하는 전두엽은 가장 늦게 완성이 돼 25세까지도 발달이 진행된다. 그런데 전두엽은 가장 마지막에 발달하지만 가장 먼저 노화하는 부위이기도 하다. 이렇게 전두엽 기능이 노화한 뇌는 인지 제어와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특정 주제에 대해 밑도 끝도 없이 말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또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면 기억의 회상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일례로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의 출처, 즉 정보를 둘러싼 맥락은 빼놓고 정보의 의미만 기억하게 된다. 꼰대처럼 말이 많아지고 특히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이해할 수 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이렇게 맥락 없는 이야기를 들으면 대충은 알아듣겠지만 논리적으로 이해하기가 힘들다. 말은 주저리주저리 많은데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쉽다. 이런 말들이 감정까지 상하게 한다면 꼰대라고 비난받기 쉽다.

그렇다면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감정 코인’을 쌓자.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신뢰하고 좋아하는 사람의 조언은 ‘꼰대질’이라고 비하해 부르지 않는다. 그 사람 말도 비교적 잘 받아들인다. 믿음과 호감이라는 긍정적 감정이 작용한 결과다. 소통할 때도 상대에 대한 긍정적 감정이 클수록 그 사람의 말을 더 잘 받아들일 것이다. 이런 긍정적 감정을 좀 더 눈에 보이는 표현으로 감정 코인이라 명명하고 소통에 활용하길 추천한다. 물건을 거래할 때 돈이 필요하듯 조언을 할 때도 감정 코인이 필요하다. 예컨대, 돈이 없으면 물건을 살 수 없듯이 감정 코인이 없으면 조언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고 싶다면 말을 하고자 하는 충동을 잠깐 억제하고, 상대가 자신에 대한 감정 코인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지를 먼저 생각해보자. 그 양이 조언의 수준을 결정할 것이다. 만약 상대와 처음 만났거나 신뢰가 쌓인 관계가 아니라면 조언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두 번째로 누구에게 조언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해보자. 이 조언이 상대방을 위한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상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본인의 감정을 처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질문했을 때 좋은 점은 본인의 말이 진짜 조언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가 아닌 자신을 위한 말은 조언이 아니라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일 뿐이다. 또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두엽이 활성화돼 감정의 무분별한 분출을 억제할 수 있다. 사람은 질문을 받으면 대답을 하게 돼 있다. 한 번 시험해보자.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당신의 나이는 얼마인가?” 어떤가? 대답하지 않았는가? 질문을 받으면 답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 뇌에서 인지를 관장하는 전두엽이 가동하게 되는데 전두엽의 활성화는 감정을 통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상대방에 대한 감정 코인이 있고, 상대방을 위해 조언을 한 게 분명하다면 꼰대질이란 비난은 받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먼저 요청하지 않은 조언은 하지 않거나,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게 좋다. 진정 상대방이 변화하기를 원한다면 말보다는 행동을 보여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시각의 동물인 우리 인간들은 들은 것보다 본 것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몸에 좋은 음식을 먹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효과적일까? 그 음식이 건강에 좋다고 조언하는 것보다 평소 부모가 그 음식을 즐긴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구성원들의 변화와 성장을 진정 원한다면 말이 아니라 리더가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자.

이수민 SM&J PARTNERS 대표 sumin@smnj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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