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 특징은 반성 않는 것…한일관계 악화 일본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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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11일 1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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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시타 마사토시(山下正寿·74) 하타제미 고문. © 뉴스1
야마시타 마사토시(山下正寿·74) 하타제미 고문. © 뉴스1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있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로 한국에 대한 무역수출규제를 강화한데 이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도 배제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전쟁의 아픔과 강제징용 희생자들을 끊임없이 기억하는 일본인들은 아베 정권을 향해 경고등을 울린다. 올바른 역사 인식을 공유하고 서로 간 우정의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 뉴스1은 이들의 평화를 향한 흔들림 없는 움직임을 조명하고 관계 개선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부산=뉴스1) 조아현 기자 = 야마시타 마사토시(山下正?·74) 하타제미(幡多ゼミナ?ル) 고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벌어진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로 양국이 갈등을 겪는 것과 관련해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있는데도 일본 정부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국제법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에 대해 정면으로 마주 대하고 제대로 처리해야 할 일인데도 (일본 정부는)한국 탓을 하고 무역(수출규제 강화 조치) 문제에 끼워 넣고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베 정권, 아베 총리의 특징은 반성하지 않는 것”이라며 “(조선인)강제 연행, 위안부 문제 등을 반성하지 않고 헌법 제9조(평화헌법)를 바꾸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본)정부가 이번 사태를 일으키고 있는 원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야마시타 고문은 1983년 고치현 서부에 있는 하타(幡多)지역 고등학생들을 모아 ‘하타제미’라는 세미나 동아리를 만들었다.

그는 1954년 미국이 비키니섬에서 벌인 수소 핵폭탄 실험으로 인해 방사능에 피폭당한 참치잡이 어선 선원들의 피해 사실을 끈질기게 규명하고 고치현(高知縣) 츠가댐에 강제 연행된 조선인 실태를 학생들과 함께 밝히는데 힘써 온 교육자다.

그는 지난 3일 츠가댐이 있는 시코쿠 고치현 시만토정(四万十町) 시모도(下道) 지역에서 진행된 뉴스1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면서 핵무기 폐기 문제에 얽혀있는 일본과 북한 간의 외교 관계에서도 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전쟁이 끝난 그해(1945년)에 태어났다. 전쟁 후(後)세대다. 6형제 가운데 밑에서 2번 째다. 공부는 손에서 놓고 좋아하는 것만 하기 바빴다. 초등학교 때 집 근처 철공소에 있는 대학생으로부터 수학을 배웠는데 거기에는 전쟁 이후 고국에 돌아가지 못한 한국인들도 몇 명 있었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놀았고 부모님들끼리도 사이가 좋았다.

―하타제미를 만든 이유는?

▶고등학교 교사가 돼서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은 수업보다 학생들과 지역으로 나가서 직접 알아보는 것이었다. 자기가 살고 있는 현대사를 배우는 것이다. 하타제미는 학교 안에 속해 있는 부 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학생들이 직접 결정하고 지역으로 나가서 알아보고 조사한다. 자신의 발밑부터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러 학교로 구성된 세미나 동아리를 만들었다.

―츠가댐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 문제는 어떻게 알게 됐나

▶고치현 가시와섬(柏島)에서 특공기지 관련 조사를 하다가 한 조선인이 터널 공사 도중에 폭발 사고로 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왜 조선인이 여기서 공사를 하지?’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더 큰 장소에서도 공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생들과 조사해보니 츠가댐에서 많은 조선인들이 끌려와 작업한 정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강에 그런 역사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얼마 없었다. 그래서 현장에 80번 정도 왔다.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지역 주민들을 직접 만나 조사를 한 것으로 안다.

▶지역주민 가운데 미야모토 마치(90)라는 분으로부터 ‘당시 초등학교 같은반 친구 중에 가족의 강제 징용으로 일본으로 오게 된 ’쿠니모토 후쿠쥰(?本福順·이복순 추정)‘이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친구를 통해 이야기를 들으면 조선인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알고보니 미야모토는 전학생이었고 쿠니모토는 조선 사람이었기 때문에 타지에서 왔다는 동질감 같은 게 있었다. 한 사람이 괴롭힘을 당하거나 맞을 때면 다른 한 명이 막아주기도 했다. 학교에 보관된 학생 명부를 뒤지다가 실제로 ‘쿠니모토 후쿠쥰’이라는 이름을 찾았다. 하지만 주소는 적혀있지 않았다. ‘친구를 꼭 찾고 싶다’는 미야모토의 바람이 츠가댐 강제징용 희생자들을 밝혀낸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쿠니모토 후쿠쥰이 히로시마에서 피폭을 당했다는 소문을 듣고 학생들과 히로시마를 방문했다. 히로시마 한인 피폭자 협회에도 문의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부산까지 가서 찾았지만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고 이때 학생들은 한국인 학생과 만나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 사실 관계를 조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학생들과 만나 서로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공부를 하는지 알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그때부터 한일 청소년간 교류를 추진해왔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양국간 관계가 악화된 적은 많았지만 단 한 번도 멈춘 적 없었다. 계속해서 쌓아온 신뢰관계 덕분이었다.

―최근 일본이 한국에 대한 무역 수출규제 조치를 강화하면서 양국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의 아베 정권, 아베 총리의 특징은 반성하지 않는 것이다. 일본이 전쟁에서 해왔던 강제연행, 위안부 문제 등을 반성하지 않고 법을(헌법 제9조,평화헌법)을 바꾸려고 하는데, 이것은 정부가 일을 크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금 한일 관계가 안 좋아지고 있는 것은 주로 일본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의 피해보상 청구권이 있고 이건 국제법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이 사안을 정면으로 마주 대하고 제대로 처리 해야 하는 일인데도 한국 탓을 하고 무역 문제에 끼워 넣은 것이다. 일본은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만들고 있지 않다. 지금은 이런 분위기다.

―한국에서는 최근 일본산 제품이나 소재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민간 교류에 대한 위기감도 느껴진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 예상하나.

▶아베 정부는 한국과 북한을 적으로 삼아서 선거를 유리하게 만들어왔다. 밖으로 화를 내고 자신에 대한 비판을 적게하면서 선거를 이기는 수단으로 써왔다. (정부가 추진하는)이같은 무리한 조치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 본다. 국제적으로도 반발을 받고 일본 내부에서도 정치적으로도 대화(소통)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한국 사람들이 일본에 많이 왔고 일본 사람들도 한국에 많이 가고 있다. 문화적 공통성도 있고 공감대도 퍼져가고 있는데 이것을 갑자기 축소하는 것은 무리다. 한번 민중에게 뿌리내린 것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것은 소중하게 생각하고 이제는 민간에서 정부에 주문해야 하는 시기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양국이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일본은 지금 반대로 가고 있다. 제일 의지해야 하는 한국을 뿌리치고, 북한과 관계를 끊고 있다. 제일 먼저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한국과 연결을 통해서 북한 문제에도 대처해야 하는데 이걸 내팽개치고 있다. 이런 것은 오래가지 않는다. 아베 정권은 사실 약해지고 있다. 지금 내가 제일 강조해서 말하고자 하는 또 하나는 핵무기 금지조약이다. 유엔에서 결정한 사항을 일본과 한국, 북한이 노력하지 않고 있다. 한국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 앞장서서 리드하기 가장 좋은 입장입니다. 한국, 북한이 다같이 핵무기를 폐기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도 미국 밑에서 북한을 위협하면 안된다. 한국도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한국이 유엔의 핵무기 금지조약(TPNW, 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에 참가하자고 (북한을)부르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이것은 한국의 과제이기도 하다.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다면 우선 서로를 찌르거나 해치지 않는 우정을 만들어야 한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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