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르니 갭투자 또 ‘꿈틀’…서울 아파트 전세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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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11일 0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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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News1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News1


최근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다시 늘어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에서 이뤄진 아파트 전·월세 계약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월보다 2.1%포인트(p) 감소해 25.1%를 기록했다. 2014년 10월(25.0%) 이후 최저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전세비중은 2.1%p늘어 74.9%를 기록했다.

이런 추이는 이달에도 이어지고 있다. 집계 초반이지만 8월 전·월세 계약 중 월세비중은 7월보다 1.4%p 줄어 23.7%로 떨어진 반면 전세비중은 76.3%를 기록 중이다.

최근 전·월세 시장이 상승기인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아한 결과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 주 0.04% 올라 6주 연속 상승했다. 전·월세 공급원이던 입주물량은 줄었는데 여름철 학군수요와 정비사업 이주수요가 늘어 상승세가 지속됐다.

보통 전·월세 상승기 때에는 전세비중은 줄고, 월세비중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세입자보다 우위에 선 집주인이 임대수익을 늘리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 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저금리 기조에서는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넣어두는 것보다 월세를 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

반대로 전·월세 시장 하락기 때에는 집주인이 세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임대료 부담이 높은 월세 대신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전세로 전환하면서 전세비중이 늘게 된다.

전문가들은 지난달부터 전셋값이 상승세로 돌아섰음에도 월세가 아닌 전세비중이 더 늘어난 것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Gap)투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감정원 관계자는 “최근 서울 주택 시장을 모니터링한 결과 1주택자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투자가 많았다”며 “이로 인해 집값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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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란 집값과 전세금의 차이를 이용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4억원짜리 아파트의 전세가 3억7000만원이면 3000만원을 가지고 집을 사는 것이다. 적은 돈으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어 주택시장 호황기 때 자주 등장하는 수법이다.

갭투자는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과 입주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집값과 전셋값이 장기간 하락하자 한동안 잠잠했다. 일부 지역에선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파산하는 갭투자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초부터 집값이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집값을 뒷받침하는 전셋값도 덩달아 오르자 갭투자자가 다시 기회를 엿보며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정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셋값은 6주 연속 동반 상승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정부의 부동산 추가 규제가 예고돼 있는 등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갭투자는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에게 또다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세심한 모니터링과 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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