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그늘서 쿨쿨 잠만 자요”…동물들도 폭염에 ‘기진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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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10일 10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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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호랑이들이 웅크린 채 쿨쿨 잠만 자요.”

“동물들도 날씨가 더워서 그늘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거야.”

지난 9일 오후 2시 대전 중구 사정동에 위치한 오월드 동물원의 풍경. 연일 35도 안팎의 찜통더위가 이어지자 동물들도 힘겨운 표정을 지었다.

오월드 동물원에는 맹수와 조류, 포유류 등 모두 130종 650여마리가 살고 있다. 동물들은 대부분 크기와 관계없이 기진맥진 그늘 밑에 누워 더위를 식혔다.

호랑이 알콩(4), 달콩(4) 자매와 운이(8)가 꼼짝도 안 하자 아이와 함께 동물원을 찾은 박모씨(38·남)는 “가만히 있어도 더운데 털까지 있는 동물은 얼마나 덥겠어”라고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설명했다.

오후 2시 30분쯤 손에 양은 들통을 든 사육사가 더위에 지친 동물들을 위해 특별한 간식을 준비했다. 더위에 약한 시베리아 호랑이 수놈에겐 하루 동안 얼린 닭고기를 하루 5마리, 암놈에겐 3마리씩 준다. 옴짝달싹않던 호랑이들은 사육사의 휘파람 소리가 나서야 던져주는 간식을 순식간에 삼켰다.

문진호 사육사는 “더위에 지친 야행성 맹수들이 활동량이 많은 밤과는 달리 한낮에는 거의 움직임이 없다”며 “사육사들이 간식을 가지고 올 때만 잠시 일어날 뿐”이라고 말했다.

곰들도 그늘서 낮잠을 자다 끝내 더위를 참지 못하고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동물원에서 가장 덩치가 큰 코끼리는 사육사가 긴 호스로 물을 뿌리자 떨어지는 물줄기에 얼굴을 들이대며 잠시나마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재규어는 그늘서 축 처진 채 만사가 귀찮다는 표정만 보였다.

천연기념물인 수달은 연신 수족관에서 들어가 헤엄을 쳤고, 독수리 등 조류는 그 나마 에어컨 바람을 쐬며 무더위를 이겨냈다.

휴가차 아이들과 동물원을 찾은 이모씨(32·여)는 “무더위에 축 쳐져 있는 동물들을 보니 마음이 안쓰럽다”면서 “동물들이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도록 사육사들이 잘 돌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월드 동물원은 여름철 혹시 모를 전염병 위험에 대비해 매일 철저한 소독과 방역, 청소를 하고 있다. 폭염에 지친 동물들이 면역기능이 떨어지는 시기인 만큼 활동성을 끌어올리고 기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맞춤형 영양제를 공급하고 있다.

임종훈 사육사는 “모든 동물들은 감정 표현을 한다”며 “동물들 몸의 작은 변화까지 살펴 열사병 등에 걸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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