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법칙[김창기의 음악상담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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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들이 사고를 당해 수술을 받았습니다. 제가 대신 아파줄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의사로서 제가 치료하는 환자들을 제 아들을 위하는 마음의 반의반도 안 되는 정성과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책도 하게 되었죠.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을 뒤돌아보고 잘하는 것은 더 발전시키고 못하는 것은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다만 그 능력을 잘 활용하지 못할 뿐이죠.

6인용 병실에서 간병을 하다 보니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쉽지 않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빛, 소리, 온도를 모두에게 적정한 수준으로 조율하는 것은 불가능하더군요. 특히 온도가 가장 문제였습니다. 하긴 몇십 년간 함께 지낸 우리 부부도 아직 실내온도에 대한 합의를 못 하고 있죠. 결국 더 병약하고 연로하신 환자의 의견에 따라야 했습니다.

병실에 목소리가 크고 흥분을 잘하는 가족이 계셔서 하루 만에 그 집의 대소사를 꽤 잘 알게 되었습니다. 속상한 일이 많은 집이더군요. 타인을 잘 배려하지 않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어디에든 있습니다. 어려움을 겪을 땐 자기중심성이 더 강화되고, 이타적이던 사람도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죠.

심하게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은 자기애적 혹은 반사회적 성격 장애자들입니다. 이들은 자기중심적인 세상에 타인들을 끌어들여 이용하고 피해를 주죠. 자기애적인 사람은 부족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반사회적인 사람은 자신의 이득과 쾌락을 위해. 하지만 전철에서 내리기 전에 먼저 타거나, 길 한가운데 서서 비켜주지 않거나, 공공장소에서 크게 통화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성격장애자가 아닙니다. 잠시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 있거나, 기질적으로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예의범절이 몸에 배지 않은 사람들이죠.

자기중심적이지 않은 친사회적 능력을 갖추려면 타인에 대한 긍정적 관심과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집중력은 한 가지에 집중하는 선택적 집중력과, 길을 가며 주변을 살피지만 목적지를 잊지 않는, 하나를 하면서 다른 것도 하는 교대(alternating) 집중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감정이 격해지거나 역경에 처하면 한 가지에 지나치게 집중하게 돼 전체 상황을 파악하는 교대 집중력이 저하됩니다.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다 보니 큰 그림을 볼 수 없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이타적이고 선한 마음이 있어도 교대 집중력이 부족해서 자기중심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한 꼰대나 반항아로 오해받게 되곤 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죠. 더워하는 아들을 위해 좀 시원하게 있자는 말을 참으면서 혀를 깨물었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같이 공존하기 위해선 늘 한 번씩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고 심호흡을 하고 내가 타인을 배려하지는 못해도 존중은 하고 있는지 충돌할 필요가 없는 것들은 융통성 있게 피해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죠.

아들아, 더운데 잘 참았다. 이제 집에서 에어컨 빵빵 틀어놓고 자유를 즐기자. 자유의 법칙은 남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기의 자유를 확장시키는 것이고, 너는 공동생활에서 그 법칙을 잘 지킨 것이란다. 그러면 이 세상은 좀 더 멋진 곳이 되었을 거야.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루이 암스트롱#what a wonderful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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