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혼나서…” 프로 11년차 유희관, 에이스로 꾸준히 성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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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10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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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그것 때문에 많이 혼나서요….”

유희관(33·두산 베어스)은 베어스 프랜차이즈 좌완 최다승 투수다. 본격적으로 1군 자원이 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10승을 기록했는데 이 역시 구단 좌완 최초 기록이다. 두산이 2015~2016시즌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하는 데 그의 역할은 컸다.

하지만 마냥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우여곡절 끝에 10승을 달성하긴 했지만 29경기 평균자책점은 6.70으로 아쉬웠다. 스스로도 애착을 갖고 있던 150이닝 이상 투구 기록도 9이닝이 부족해 4년 연속에서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올해는 다르다. 유희관은 9일 잠실 KT 위즈전에 선발등판, 6.2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7승(7패)째를 챙겼다. 평균자책점도 3.08로 끌어내렸다. 지금의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개인 첫 규정이닝 2점대 평균자책점도 노려볼 만하다.

이날은 유희관에게 두산의 에이스 자격이 충분함을 증명한 날이기도 했다. 탄탄한 수비로 정평이 난 두산이지만 이날은 허경민(2회)과 류지혁(4회)이 차례로 실책을 범했다. 공교롭게도 두 실책 모두 득점권 주자로 이어졌다. 2회에는 2사 2·3루, 4회에는 1사 만루까지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유희관은 두 번 모두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허경민과 류지혁에게는 넉넉한 미소로 박수를 보냈다. “괜찮다”는 의미였다.

경기 후 유희관은 “공 하나 던지기도 힘든 날씨긴 하다. 하지만 난 5일에 한 번 나가는 선발투수다. 뒤에 선 야수들이나 프로텍터를 찬 (박)세혁이가 몇 배는 더 힘들다. 그들을 탓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일전에 실책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가 감독님, 코치님께 많이 혼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유희관은 “매년 공부를 하게 되는 것 같다. 투수라면 마운드 위에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제 7승. 남은 시즌을 최대 6~7번의 등판에서 3승을 더해야 연속시즌 10승 위업이 이어진다. 유희관은 “잔여 경기에 돌입하면 경기가 띄엄띄엄 있다. 조쉬(린드블럼)~(이)영하~조쉬~영하가 나설 수도 있다. (이)용찬이에게 ‘지금 잘해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나눴다”며 껄껄 웃었다.

쌓아 올린 업적은 산더미다. 그러나 왜인지 냉정히 말해 그만큼의 인정을 받진 못하고 있다. 빠르지 않은 공에 대한 편견도 여전하다. 유희관은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그렇게 그는 해마다 성숙해지며 에이스의 왕관을 견디고 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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