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노래한 작가들… 현실서도 사랑꾼이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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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미친 사랑의 서/섀넌 매케나 슈미트, 조니 렌던 지음·허형은 옮김/416쪽·1만5800원·문학동네

책은 아름다운 소설을 읽다 보면 흔히 떠올리는 환상을 산산조각 내버린다. 그 소설을 써내려간 작가의 삶도 틀림없이 황홀하거나, 고상하고, 깊이 있을 거란 환상 말이다.

‘위대한 개츠비’를 쓴 스콧 피츠제럴드는 평생 아내와 앙숙처럼 싸우며 지냈다. 오죽했으면 헤밍웨이에게 스콧이 “내 사이즈 때문에 어떤 여자도 만족시켜 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 털어놨을까. 파리의 레스토랑에서 이 고민을 들은 헤밍웨이는 스콧을 화장실로 데려가 확인(?)한 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젤다(아내)가 미친 여자”라고 토닥여 줬다고 한다. ‘위대한 개츠비’의 세련된 화려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이다.

저널리스트인 두 저자는 전작 ‘소설기행’을 위해 자료조사를 하다 이 책을 쓰게 됐다. 소설기행은 역사적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를 모은 책이다. 작가들과 얽힌 장소나 개인사를 추적하던 두 사람은 그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연애와 결혼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 이야기들은 ‘사랑과 전쟁’ 못지않은 “지어낼 수도 없고, 지어내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들”이었다.

삼각관계, 사각관계, 불륜은 물론이고 무려 55세 차이가 나는 연상연하 커플(아서 밀러)이 있는가 하면, 연인이 재능을 인정받는 것을 질투하고 방해하거나(헤밍웨이), 음담패설을 즐기는 고약한 취미(제임스 조이스)를 가진 작가도 있었다. 톨스토이의 아내 소피아는 ‘세계 3대 악처’로 꼽히지만, 그녀의 일기를 보면 가족을 조금도 부양하지 않으려는 남편의 태도에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던 기록이 있다. 두 저자는 “더 분개할 만한 사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예술가 타입에게 이유 없이 관대하다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그렇다고 문학가들의 방탕한 성 관념을 비판하거나 예술가에게 관대한 태도를 지적하는 선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게 101명의 세계적 작가들과 그 연인의 삶, 사랑에 관한 사실만을 나열한다. 문학 작품에서 받은 감동을 깨뜨리지 않고 싶은 독자라면 마음을 굳게 먹고 책장을 넘겨야 할 듯하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친 사랑의 서#섀넌 매케나 슈미트#조니 렌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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