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무성 관계자 “징용 문제, 일본에겐 넘어선 안 되는 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9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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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는 일본으로선 넘어선 안 되는 선이다. 경제산업성의 조치가 나오게 된 것은 한국에 대한 신뢰 문제 때문이고, 그 중 하나는 노동자 문제다. 노동자 문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선이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9일 오후 도쿄 한 사무실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이처럼 말했다. 경제산업성이 수출 규제를 강화한 조치를 발표한 배경 중에 징용 문제도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그만큼 징용 문제 해결이 일본으로선 중요하다는 의미다.

마이니치신문도 같은 날 “일본 정부가 수출관리를 엄격히 한 배경에는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서 대응을 연기한 한국에 대한 불신감이 있다”며 “한국 측은 일본의 일방적 조치라고 비난하고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도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이어 지자체와 스포츠 교류에서도 중단이 이어진 사실을 전하며 “일본 정부 관계자가 ‘예상 이상으로 소동이 커졌다’며 ‘오산(誤算)’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일본은 ‘과잉 반응(외무성 간부의 발언)’인 한국에 대해 수출 허가를 (이례적으로) 발표해 냉정한 대응을 촉구하고, 핵심인 징용공 문제에 대한 대처를 재차 촉구한다는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8일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이 기자회견을 열고 수출 허가를 공개한 것은 결국 한국이 징용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일본은 모든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이 반드시 ‘징용 해법’을 내주길 요청하고 있다. 일본으로선 ‘양보할 수 없는 선’이라는 것이다.

외무성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제시한 1+1안(한일 기업의 공동 조성 기금으로 배상 문제를 해결)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묻는 질문에 “일본 기업에 실질적 피해가 생기지 않는 게 확보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대법원 확정 판결은 3건 뿐이지만, 그 외에도 소송이 많다. 전체에 대한 출구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선 한국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 ‘우리가 제시한 방안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 바 없다. 일본 정부는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그는 “‘최종 제안이 아니고, 일본과 협의하고 싶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후) 한국과 외교의 장에서 계속 협의하고 있다.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일한 카운트파트끼리 노동자 이야기를 했다”며 양국이 물밑 접촉을 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다만 그가 “한국 측이 추가 창의적인 안을 내주길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볼 때 여전히 1+1안을 놓고 한일 당국이 줄다리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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