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직장에서 새로운 e메일을 열어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9일 1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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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 애덤 알터 지음·홍지수 옮김 / 420쪽·2만2000원·부키


당신이 직장에서 새로운 e메일을 열어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얼마일까. 1분? 5분? 느긋한 성격의 사람까지 고려한다면 넉넉잡아 10분?

답은 6초다. 직장에서 받는 e메일의 70%는 도착하고 평균 6초 만에 열린다. 끊임없이 무언가 확인하고, 수신함에 “읽지 않은 메일 없음”이라는 문구가 나타나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현대인에게 저자는 ‘목표 중독’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미국 뉴욕대에서 심리학, 마케팅을 가르치는 저자는 현대인이 겪는 온갖 종류의 중독에 천착한 학자다. 특히 과학기술로 새롭게 나타난 온라인, 휴대폰, 행위 중독 등을 오래 연구했다. 책 1부를 “테크놀로지 시대의 새로운 재앙”으로 명명하며 “우리 모두가 중독자”라고 경고한다.

그는 인간의 중독 현상을 파헤치기 위해 선사시대부터 인간이 ‘앓던’ 중독을 통시적으로 짚었다. 열대 과일, 담배, 마약, 코카콜라 등이 사례로 등장한다. 재밌게도 이는 인간에 내재된 ‘DRD4-7R’라는 유전자 때문.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감각적인 자극을 추구하는 이 유전자는 오늘날 ‘DRD4-4R’이라는 유전자로 변형됐다. 이를 보유한 인류의 10%는 실제로 남보다 중독에 쉽게 노출된다고 한다.

물론 중독이 반드시 유전자 유무의 문제는 아니다. 실은 누구나 수많은 종류의 중독에 시달린다. 저자가 주로 문제시 삼는 건 “행위에 대한 중독”이다. 과거 중독은 곧 ‘약물 중독’만을 의미했으나, 최근엔 목표·피드백·향상·난이도·관계·쇼핑 중독 등 범주가 다양하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내 몸보다 휴대폰을 더 소중히 여긴다. 어젯밤 ‘정주행’을 시작한 넷플릭스 시리즈 때문에 잠을 한숨도 못 잤다. 내일은 오늘보다 무조건 더 나아져야 한다고 믿는다. 모두 현대인이 앓는 중독이다.

목표·향상 중독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저자는 이를 밝혀내기 위해 “책 1000권 당 ‘목표 추구’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비율” “‘완벽주의’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책의 비율”을 살펴봤다. 1980년대 전까지는 ‘0’에 수렴하던 비율은 놀랍게도 과학기술 발전과 맞물려 크게 늘었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수직 상승했다. 인간이 또 하나의 새로운 중독에 걸려든 것이다.

그럼 이 책을 읽으면 중독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뾰족한 해답은 없다. 책은 당신이 왜 불안하고 초조할 정도로 무언가에 빠져있는지, 그 중독은 왜 멈추기 힘든지 상세히 설명한다. 책은 중독 ‘탈출 가이드’라기보다 중독에 대한 ‘연구서’에 가깝다.

물론 저자는 책의 말미에 일부 중독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도 소개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몰아보기의 고통을 호소하는 독자에게 그가 내놓은 대안은 이렇다.

한 에피소드 안에서 미결 상태(클리프 행어)가 나오기 전에 시청을 중단하기. 혹은 그럴 자신이 없다면 다음 에피소드에서 미결 상태가 해소될 때까지만 시청하고 중단하기. 즉 매 에피소드가 시작한 5분부터 다음 에피소드 시작까지 시청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시청하는 즐거움은 줄어들지 않는 대신 몰아 보기를 할 가능성은 줄어든다”며 “작가가 써놓은 마약 같은 시리즈의 구조를 따라가선 안된다”고 말한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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