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피폭자, 아베에 “핵문제만큼은 美 추종말라”

  • 뉴스1
  • 입력 2019년 8월 9일 15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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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핵 폭격 피해국으로서 모든 핵 보유국이 핵무기를 없애라고 압박해 주세요. 이 문제만큼은 미국을 추종하지 말고 핵무기에 관한 모든 분야에서 핵무기 철폐에 의연한 태도를 보이세요”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지 74주년이 된 올해, 9일 나가사키(長崎)를 찾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앞에서 한 원폭 피해자는 이런 내용의 ‘평화의 맹세’를 영어로 읽었다.

당시 11세였던 야마와키 요시로(山脇佳朗)는 원폭으로 파괴된 공장에서 폭사한 아버지의 시신을 제대로 모시지 못하고 떠났던 과거를 되짚으며 아베 총리에게 “죽을 때까지 나도 핵 폐기를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나가사키 평화공원에서 열린 원폭 희생자 위령 및 평화기원식에 참석해 일본이 세계에서 유일한 피폭국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도 일본이 원폭 피해를 당한 계기가 됐던 자국의 침략 전쟁 사실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다.

아베 총리는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겠다”고 선언했다. 연설 내용은 지난 6일 히로시마(廣島)에서 했던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는 지난 6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위령제 때와 같이 “우리는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 핵무기의 비인도성을 세대와 국경을 넘어 계속 전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면서 “피폭자 분들로부터 전해진 피폭 체험이 젊은 세대로 구전돼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비핵(非核) 3원칙’을 견지하면서 피폭의 비참한 실상에 대한 이해를 촉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회의를 언급하며 “의미있는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핵 3원칙’이란 “핵무기를 갖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겠다”는 의미로, 지난 1969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당시 일본 총리가 국회 시정연설에서 처음 주창한 이후 일본의 국시(國是)로 여겨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가 후손들을 위해 피폭 관련 증언을 보존하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면서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자”고 독려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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