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규제 이후 일본출장 공공기관 임원…보고서는 ‘짜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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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9일 0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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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A공단의 임원 국외출장 내역. © 뉴스1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A공단의 임원 국외출장 내역. © 뉴스1
알리오에 공시된 A공단의 일본 출장 결과 보고서 중 일부(위)와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등록된 일본 관련 게시물.(홈페이지 캡처) © 뉴스1
알리오에 공시된 A공단의 일본 출장 결과 보고서 중 일부(위)와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등록된 일본 관련 게시물.(홈페이지 캡처) © 뉴스1
일본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소재의 수출규제를 발표(7월4일)한 뒤 공공기관 중 한 곳의 임원이 ‘임원 역량 강화를 위한 해외출장’ 명목으로 일본에 다녀와 다른 연구기관에 올려져 있는 게시물을 ‘짜깁기’해 결과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임원 국외출장 내역에 따르면 안전관련 A공단의 송모 이사는 지난 7월11일부터 14일까지 임원대상 리더십 역량과정(서울대학교 산학정 정책과정)프로그램의 일환으로 3박4일간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보통 공공기관의 임원 국외출장에 대해 공시된 결과보고서는 일정한 양식은 없지만 현지 출장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A공단이 알리오에 올린 결과 보고서도 출장개요와 일정표, 방문기관 상세내용으로 구성돼 있지만 해당 출장에 대한 내용은 없다.

또 별첨에 첨부된 ‘방문기관 상세내용’은 위키백과와 방문한 기관 사이트에 있는 소개, 타 사이트에서 그대로 복사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기관을 소개한 부분 외에 ‘조사내용’이라고 적힌 소제목 밑으로는 진짜 조사된 내용이 아닌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2016년과 올해 등록된 일본 관련 게시물 2건이 그대로 옮겨져 있었다.

A공단 측은 “강의와 견학을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방문한 기관에 대해 현지에서 상세한 내용을 듣지 못한 것 같다”며 “기관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을 통해) 조사해서 일부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조사결과와 향후 어떻게 (한국에) 접목하겠다는 대응 부분은 직접 작성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결과 보고서 별첨에 실린 ‘향후대응’이나 ‘조사결과’도 전부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게시된 글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서 발췌한 2건의 게시물 중 별첨 후반부에 실린 부분은 송 이사가 방문한 기관과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의 글이었다.

A공단 관계자는 이와 같은 부분이 드러나자 “현장 출장 내용에 대해 미흡한 부분은 사진 등 보완해서 알리오에 다시 올리도록 하겠다”며 “앞으로는 확인 절차를 거쳐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 이사가 참여한 산학정 프로그램은 공공기관의 고위관리자나 전문경영인, 중앙정부의 고위공무원, 각 군의 장성만 입학할 수 있는 6개월 코스의 정책과정이다. 6개월 과정과 해외연수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A공단에서 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 내용과는 별개로 이번 출장이 일본정부의 수출규제 발표 이후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된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도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특정업무에 대한 출장이 아닌 단순한 견학을 위한 목적의 출장인데, 공공기관의 임원으로서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해당 출장은 ‘산학협동의 증진과 경영인의 건강관리’와 ‘세계화 시대와 한국경제’ 강의, 산업 관련 기관 방문이 일정의 전부였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산학연종합센터는 해외출장은 의무 참석이 아닌 일정으로, 참석률은 수강자의 약 60%였다고 밝혔다.

A공단 측은 “이번 일본 출장 계획은 이미 6개월 전에 커리큘럼 과정으로 잡혀있어 참석한 것”이라며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알리오에 등록된 공공기관 362곳 중 7월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이후 일본지역 출장은 모두 12건이 있었다. 이 중 업무 성격이 아닌 현장 견학의 성격으로 이뤄진 출장은 A공단을 포함해 2건이 전부다.

이번 출장을 다녀온 송 이사는 지난해 11월 A공단의 상임이사로 임명됐다. 당시 야당을 중심으로 송 이사가 여당 유력인사와 친분이 있다며 낙하산 인사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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