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7.0039위안… 中 고시환율 ‘포치’ 공식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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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방어 안나서며 ‘7위안’ 용인… 전문가 “7.5위안까지 올라갈수도”
미중 환율전쟁 수위 더 높아질듯

중국 외환 당국이 달러당 위안화 가치가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를 공식화했다. 미국이 포치를 계기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음에도 위안화 고시환율이 약 11년 4개월 만에 7위안 선을 넘어서면서 미중 환율전쟁의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앙은행 런민(人民)은행은 8일 위안화 고시환율을 달러당 7.0039위안으로 발표했다. 위안화 고시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은 건 글로벌 외환위기가 진행되던 2008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위안화 고시환율은 전날보다 0.06%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하며 지난달 31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중국 역내 시장의 위안화 환율은 고시환율의 2% 범위 내에서 거래된다. 고시환율이 외환 거래의 기준인 셈이다. 런민은행은 전날 상하이 역내 시장의 달러-위안화 환율 종가와 유로화, 일본 엔화 등에 가중치를 부여해 고시환율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 중국 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많기 때문에 중국 환율정책의 기조가 고시환율에 반영돼 있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시장에서는 5일 중국 역내외 외환시장에서 이미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은 만큼 고시환율에서 ‘포치’가 발생하는 건 시간문제로 여겨져 왔다. 고시환율이 7위안을 넘어선 건 중국이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조치에도 적극적으로 환율 방어를 하지 않고 ‘1달러=7위안’ 붕괴를 공식 용인했음을 뜻한다.

이날 발표된 고시환율은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 등이 집계한 이날 고시환율 전망치는 달러당 7.01∼7.02위안 수준이었다. 캐나다계 스코셔은행의 가오치 연구원은 “중국은 시장의 패닉을 막길 원하며 위안화 가치를 당분간 안정시키려는 신호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중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어 위안화 가치는 당분간 계속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에서는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미국의 관세 전쟁에 반격하는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CNBC방송은 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의도와 달리 미국 주가와 위안화 환율의 역(逆)상관관계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위안화 환율이 상승하면 미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의미다. CNBC는 중국이 미 주식시장 공격을 의도했든 안 했든 현재 미 증시의 가장 큰 변수는 위안화라고 덧붙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중국에 대한 관세율이 25%까지 오르면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5위안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중국 포치#환율조작국#미중 무역전쟁#위안화 가치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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