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조치 아니다” 강조한 日, 추가규제 가능성도 시사 ‘양면전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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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차 경제보복]포토레지스트 34일만에 수출 승인

수출허가 밝히는 세코 日경산상 8일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이 기자회견에서 “안보상 우려가 없는 거래라고 확인된 안건에 대해 이미 수출 허가를 했다.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는 금수 조처가 아니기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 위반이 아니다”란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도쿄=AP 뉴시스
수출허가 밝히는 세코 日경산상 8일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이 기자회견에서 “안보상 우려가 없는 거래라고 확인된 안건에 대해 이미 수출 허가를 했다.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는 금수 조처가 아니기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 위반이 아니다”란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도쿄=AP 뉴시스
일본이 8일 반도체 소재 수출을 허가해주면서도 추가 제재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은 한일 관계의 고삐를 일본이 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는 일종의 ‘경고사격’이었고 언제든 추가로 ‘정밀타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한국에 알려 무역전선의 유리한 고지에 오르겠다는 의도다.

수출 규제가 정치적 이유의 경제 보복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알려 앞으로 있을 소송과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 日 “금수 아니다” 3번 반복하며 명분 쌓기


8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34일 만에 포토레지스트(감광액)의 수출 허가를 풀어준 건 다소 의외의 조치였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최악의 경우 일본이 90일까지 수출 문을 걸어 잠글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달 4일부터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와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제한해 왔다.

일본 정부가 전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며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하지 않은 데 이어 8일 반도체 소재 수출을 허가하자 일본이 제재 수위를 낮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를 우려하는 세계 시장의 우려에 강공전략을 잠시 접은 모양새를 취했다는 것이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금수 조치가 아니다”라는 말을 3번이나 반복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최근 일본의 행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반도체 소재 수출 허가는 안보의 우려가 없는 물자의 민간 교역은 막지 않겠다는 기존의 방침을 재확인한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삽으로 때릴 것을 망치로 때렸다고 안도할 수는 없다”며 “일본의 수출 규제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추가 규제 가능성 시사

일본의 수출 허가가 한일 무역갈등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수출 규제가 안보 관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근거를 만들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준비 중인 한국의 논리에 선제 대응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은 수출 규제를 풀어주며 추가로 개별허가 품목이 늘어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혀 장기전 가능성을 높였다.

세코 경산상은 특히 “국제협약상 현재 규제하지 않는 품목, 기술에 대해서도 현행 리스트 규제(전략물품에 대한 규제)가 안전보장상 충분한지 어떤지 (살펴보겠다)”라고 했다. ‘현재 규제하지 않는 품목, 기술’은 규제에서 자유로운 비(非)전략물자라도 군사 전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면 수출을 제한하는 ‘캐치올 규제’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 규제,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이어 세 번째 경제 공습을 준비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현지 언론은 일본 정부의 한국 압박에 미국도 암묵적으로 방관 내지 동의하고 있다는 뉘앙스의 보도까지 내놓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를 맨 처음 보도한 산케이신문은 8일 “(전략물자 외에) 일반적 제품과 기술 중에도 가공되면 군사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며 “미국 등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어 일본 정부가 관련국과 협조해 품목 확대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 반도체 업계는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 허가가 난 것에 대해 “다행이지만 일본 정부의 속내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언제든 아무 품목이나 개별허가 규제 품목으로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EUV 포토레지스트 품목 하나가 수출이 가능해졌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은 변함이 없다”며 “탈(脫)일본이 어려운 품목 중 몇몇은 공장을 멈추게 할 만큼 치명적인 소재가 여전히 남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김현수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일본 수출 규제#추가 제재 가능성#포토레지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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