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당發 신당, 총선 판도 흔드는 정치권 연쇄 새판짜기 도화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총선 생존 위한 제3지대 신당 모색… 중도진영 호남세력 통합 가능성
바른미래도 재편 움직임 가시화땐… 한국당 등 보수 대통합론 점화

유성엽 “제3지대 위한 1보 후퇴” 민주평화당 내 비당권파 모임인 대안정치연대 대표인 유성엽 원내대표(왼쪽)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12일까지 정동영 대표 등 평화당 지도부가 당권을 내려놓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지 않으면 탈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유성엽 “제3지대 위한 1보 후퇴” 민주평화당 내 비당권파 모임인 대안정치연대 대표인 유성엽 원내대표(왼쪽)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12일까지 정동영 대표 등 평화당 지도부가 당권을 내려놓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지 않으면 탈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8일 민주평화당 비당권파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 소속 의원 등 10명이 12일 집단 탈당을 예고하면서 야권발 정계개편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 지지율 1∼2%대 군소야당으로서 ‘이대로는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하에 생존을 건 판 흔들기에 나선 것. 만약 대안정치 세력이 바른미래당 호남계 또는 손학규 대표 등 당권파와 제3지대에서 통합에 성공한다면, 향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보수진영 통합까지 연쇄적 새판짜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안정치’ 등 10인 탈당 사실상 확정


대안정치 대표를 맡고 있는 평화당 유성엽 원내대표는 8일 기자회견에서 탈당 계획을 공개한 뒤 “황주홍 김광수 의원은 (아직) 탈당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당권파와 대안정치 사이의) 중재안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며 추가 탈당을 예고했다. 현재까지 평화당에 남기로 한 의원은 정동영 대표를 비롯해 박주현 수석대변인, 사무총장인 김광수 의원, 중재에 나섰던 조배숙 황주홍 의원 등 5명이다.

평화당이 구성원 간 정체성 갈등을 겪고 있는 바른미래당보다 더 빨리 분당 수순을 밟게 된 것은, 상당수의 소속 의원들이 20석이 채 안 되는 비교섭단체로서 내년 총선 국면에서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속 의원 대부분이 호남지역 현역의원이지만 내년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넘어서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호남권 상당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안정치’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통합 대상 0순위로 꼽는 것은 옛 국민의당의 동지였던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 박주선 주승용 김동철 의원 등 호남계 중진들로 이들은 분당 후에도 꾸준히 평화당 의원들과 교류하며 ‘제3지대 빅텐트론’을 주장해 왔다. 지난달 30일 대안정치 출범식 때는 박주선 주승용 의원 등이 축사를 하기도 했다. 지금 당장은 양측에서 모두 “‘당 대 당’으로 흡수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총선 직전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다시 뭉칠 가능성이 높다. 박주선 의원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당이 제3지대와 한국당과의 통합 사이에 놓여 있는데 제3지대로 가는 것이 맞다”고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외에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출당을 원하는 비례대표들을 내보내주는 ‘합의 이혼’ 후 대안정치 세력과 합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손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을 주승용 국회 부의장에서 김관영 전 원내대표로 교체해 지도부 체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 보수 대통합 논의로 이어질까


정치권에선 평화당발 정계개편 움직임이 호남권에서 더 나아가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보수 야권에선 현재의 한국당,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을 각각 유지한 채로 내년 총선에서 여권에 대응할 수 있겠느냐는 ‘보수 빅텐트론’이 여전히 넘실대고 있는 상황. 그런데 평화당 탈당파가 바른미래당 일부와 합치는 신당 창당에 성공할 경우 보수 세력 자체가 흔들리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통합 논의를 재가동할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내홍은 있지만 우리 당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자강론을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등을 놓고 우리공화당과 한국당 및 바른미래당 내 탄핵 찬성파가 화학적으로 결합하기 어려운 점도 향후 정계개편에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7일 “다음 총선에선 안철수, 유승민까지 함께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당 안팎이 요동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공화당 홍문종 의원은 페이스북에 “탄핵찬성파들만의 ‘바른한국당’을 만들고 싶다는 속내를 커밍아웃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복당파인 김영우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도보수까지 통합하는 더 큰 그릇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며 “(친박계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강성휘 기자
#민주평화당 신당#대안정치#탈당 계획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