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필수 과목까지 폐강… 학생들도 ‘강사법 타격’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줄어든 강사… 개강 앞둔 대학가 혼란
상당수 강의 강사 지정도 못해… 학생들 “졸업학점 못채울까 걱정”
강의 ‘품귀’에 수강거래도 기승

‘인문 사회 미컨 IT 교양학부 대학원 담당, 미지정 교수 행방 수배.’

8일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수배전단’의 제목이다. 1일 시행된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한 대학의 수강신청 혼란을 빗댄 내용이다. 2학기 개강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대학마다 상당수 수업의 강사가 아직 지정되지 않고 있다. 수배전단에 등장한 대학의 경우 학과 학부 대학원에 걸쳐 84개 수업의 강사가 ‘미지정’ 상태다. ‘전필(전공필수) 하나가 수강신청 전날 폐강됐다’ ‘총장실 점거합시다’ ‘강의계획서는 언제 올라와요’ 등 학생들의 불만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은 다른 대학들도 비슷하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생들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수강신청이 시작됐지만 강의 수가 크게 줄어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신청할 수 없어서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재학생 A 씨는 “선택할 수 있는 수업이 없어서 도저히 시간표를 짤 수가 없다”며 “학교에선 강의 수를 줄이지 않았다고 하는데 자세히 보니 교양과목뿐 아니라 전공필수 과목과 분반강의도 줄었다”고 말했다.

수강신청 혼란은 2학기 개강이 다가오면서 자칫 ‘대란’으로 번질 수 있다. 8일 교육부에 따르면 2학기 수업을 위해 강사 신규 채용 인원 등을 확정해 공고 절차까지 마무리한 대학은 전국 328곳(일반대 191곳, 전문대 137곳) 중 106곳(32.3%·1일 기준)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개강이 코앞인데도 아직 강사 채용 규모조차 확정하지 못하거나 아예 뽑지 않기로 한 대학들이다. 한 4학년 여대생은 “몇백만 원 등록금 내고도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없다”며 졸업에 차질을 빚을까 걱정하고 있다.

뒤늦게 강사가 배정된 수업도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강의계획서가 제때 올라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또 다른 대학의 재학생 B 씨는 “강사마다 중간·기말고사를 치르는 시기와 방식이 모두 다르다.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한 학기 강의 계획을 보고 수강 가능한 강의를 걸러내야 하는데 계획이 모두 비어있어 황당하다”고 말했다.

강사법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서울대에서도 일부 강의계획서가 올라오지 않아 학생들이 애를 먹었다. 앞서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30일 예비수강신청 기간에 개설된 3661개 강좌 중 강의계획서가 게재되지 않은 강좌가 21%(약 770개)라고 밝혔다. 특히 사범대학 교직과목은 지난달 29일 기준 미게재율이 63%에 달했다. 대부분 강사가 확정되지 않았다.

신청 가능한 강의가 품귀현상을 보이자 학생들은 ‘수강거래’에 더욱 몰리고 있다. 각 대학 커뮤니티에는 “○○○ 강의 삽니다”라는 식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수강권을 사고파는 일이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건의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교육부는 수강신청 기간 중 각 대학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1일 강사법 시행 후 임용을 진행하면서 (강사 채용)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며 “개학 전까지 강사 채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강동웅 leper@donga.com·김수연 기자
#강사법#수강신청#대학가 혼란#강의 품귀현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