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대학생 히로시마서 함께 부른 ‘고향의 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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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 모임 ‘성신학생통신사’ 한국인 원폭피해자 위령제 참석
日학생 “희생자 이야기 더 알려야”… 韓학생 “역사 바로 보는 노력 계속”

6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의 원폭 돔 앞에서 한일 성신학생통신사에 참여한 한일 대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들은 4∼7일 히로시마 원폭 관련 위령비와 기념관 등을 돌며 아픈 역사를 함께 공부했다. 히로시마=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6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의 원폭 돔 앞에서 한일 성신학생통신사에 참여한 한일 대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들은 4∼7일 히로시마 원폭 관련 위령비와 기념관 등을 돌며 아픈 역사를 함께 공부했다. 히로시마=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5일 오전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앞. 제50회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한 한일 대학생 19명이 엄숙한 표정으로 추도사에 귀를 기울였다. ‘한일 성신(誠信)학생통신사’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이 자리를 찾은 양국 대학생들은 일본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은 한국인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고향의 봄’을 합창했다.

2009년 결성된 성신학생통신사는 한일 화해 및 협력을 모색하는 대학생 교류 모임이다. 고려대와 일본 와세다대가 주축이며 ‘성의와 신뢰로 진심을 다해 믿음을 쌓자’는 뜻을 지녔다. 화정평화재단의 후원을 받은 고려대(10명), 와세다대(7명), 히로시마경제대(2명) 학생들은 4∼7일 히로시마에서 원폭 관련 위령비와 기념관 등을 돌며 아픈 역사를 함께 공부했다.

1970년 히로시마에 세워진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는 일제강점기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들의 참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에 따르면 원폭 피해를 입은 조선인은 히로시마에서만 약 5만 명, 나가사키에서 약 2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 7만 명 중 4만 명이 숨졌다. 살아남은 3만 명도 피폭 후유증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양국 사회 모두 이런 사실을 아는 이가 드물어 안타까움을 낳고 있다.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박민아 씨(24·여)는 “여기 오기 전까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 이들의 사연을 알고 가슴이 미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일본인들이 위령제에 참가해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같은 과 재학생 이정재 씨(20)도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것을 보면서 한일 관계의 희망을 보았다. 일본에도 과거사를 직시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본 학생들도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한 일본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지난해에도 성신학생통신사에 참여했다는 와세다대 문화구상학부 히라쓰카 안나 씨(20·여)는 “지난해 한국 (경남) 합천에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의 증언을 듣고 놀랐다”고 했다. 그는 “올해 위령제에 참가한 한 한국인이 ‘많은 일본 학생들이 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해서 감동했다. 최근 양국 관계가 좋지 않지만 개선될 여지가 많다”고 강조했다.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오가 히로키 씨(22)도 “한국인 원폭 피해자가 이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다. 일본인들이 한국 원폭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역사에 대해 더욱 많이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히로시마=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히로시마#일제강점기#고향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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