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도 장관도 보여주기식 기업인 호출 남발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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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이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대응 등을 논의하기 위해 어제 5대 그룹 경영자들과 조찬을 했다. 지난달 23일 회동에 이어 16일 만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30대 대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만났다. 6월 30일 일본의 수출 규제가 처음 알려진 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청와대나 각 부처 장관급들이 주요 그룹 사장급 이상을 불러 모은 자리만 7, 8차례다.

국가 경제적으로 급박한 위기 상황에 정부 책임자들이 기업인들을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들이 만나 다양한 사안을 논의하는 것은 이번 사건이 아니라도 수시로 했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일본 수출 규제라는 사태를 맞아 회사 안팎의 상황을 점검하고 대체재를 마련하는 등 동분서주하는 기업인들을 자꾸 호출하는 것은 도움보다 방해가 될 우려가 있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어 다음 주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까지 대기업 임원들을 불렀다고 한다. 이렇게 장관들마다 따로따로 대기업 경영자들을 불러서는 특별한 내용도 없이 형식적인 회의를 하니 “내가 이렇게 뛰고 있다”는 ‘보여주기용’이 아닌지 모르겠다. 회의를 한다면서 부처마다 기업 비밀과 관련된 민감한 자료들을 요구하는 것도 기업들에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오죽하면 한 대기업 사장은 “뾰족한 대책 없이 보여주기 회의를 하는데, (지금은) 기업에 사활이 걸린 시간이다”라고 하소연하겠는가.

한일 양국의 역사 문제가 경제 문제로 비화된 상황에서 기업들을 앞세우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수출을 아예 막은 것이 아니라 건건이 까다롭게 허가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와 기업이 날마다 만나 대책을 논의하고 국산화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 당장 기업인들이 일본과 사업을 할 입지를 더 좁힐 수 있다.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은밀하게, 소재·부품 국산화를 하더라도 요란한 소리를 내기보다 내실 있게 하면서 정말 기업들에 필요한 것을 지원해줘야 한다.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일본 경제 보복#보여주기식#기업인 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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