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달러” vs “1조5000억 달러”… 아람코 IPO, 문제는 공모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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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기업공개 논의재개
경제개혁 주도 무함마드 왕세자… 은행들 난색에도 2조달러 주장
1조5000억달러만 해도 ‘세계 최고’… 일각 “정보공개 꺼려 백지화할수도”

세계 최대 비상장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다 백지화한 지 1년 만에 IPO 논의를 재개했다고 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아람코가 최근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과 IPO 논의를 재개했고, 조만간 이사회도 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1933년 설립된 아람코는 사우디 왕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를 국유화한 1980년 이후 실적 정보를 일종의 국가 기밀처럼 취급하며 꽁꽁 싸맸다.

아람코가 올해 4월 100억 달러의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설립 86년 만에 처음 공개한 실적 보고서는 상상을 초월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아람코의 지난해 매출은 3559억 달러(약 427조800억 원), 순이익은 1111억 달러(약 133조3200억 원)였다. 엄청난 이익에 놀란 각국 투자자가 아람코 채권을 사겠다며 몰려들어 응찰 금액만 10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를 감안할 때 아람코의 IPO 때는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공모가다. 현재 아람코의 기업 가치에 대한 사우디 정부와 IB업계의 시각차가 상당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사진)는 아람코의 기업 가치를 2조 달러(약 2400조 원)라고 주장한다. 반면 IB업계 관계자들은 5000억 달러(약 600조 원)가 적은 1조5000억 달러(약 1800조 원)로 제시하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6년 처음 아람코의 IPO 계획을 발표했을 때부터 ‘2조 달러’ 주장을 고수해왔다. 그는 IPO 이후 아람코 지분의 약 5%를 팔아 1000억 달러(약 120조 원)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을 석유 의존도 줄이기 및 산업 다각화를 위해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감안할 때 그가 좀처럼 공모가격 하향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많다. 한 중동 소식통은 “만약 금융시장에서 아람코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다면 사우디 정부는 IPO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IB업계에서 주장하듯 1조500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가 이뤄져도 아람코는 상장 즉시 단숨에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총 1위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기업 가치는 약 1조 달러(약 1200조 원), 애플과 아마존은 각각 9000억 달러(약 1080조 원) 정도다.

일각에서는 사우디 왕실이 그간 베일에 가려졌던 왕실 및 행정부의 재정 정보 공개를 꺼려 다시 IPO를 백지화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IPO 업무가 중단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당시 알자지라 방송 등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이 지나친 정보 공개를 우려해 아람코의 IPO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아람코 ipo#기업공개 논의재개#무함마드 왕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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