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세상에 ‘당연한’ 또 ‘항상 하는’ 우승은 없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8월 9일 05시 30분


‘하나원큐 K리그1 2019’에 독주는 없다. 선두 울산 현대부터 2위 전북 현대, 3위 FC서울은 촘촘한 간격으로 대치 중이다. 탄탄한 전력을 갖춘 울산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부터는 실력 이상의 간절함이 필요하다. 사진은 울산 선수들의 모습.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하나원큐 K리그1 2019’에 독주는 없다. 선두 울산 현대부터 2위 전북 현대, 3위 FC서울은 촘촘한 간격으로 대치 중이다. 탄탄한 전력을 갖춘 울산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부터는 실력 이상의 간절함이 필요하다. 사진은 울산 선수들의 모습.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우승 트로피는 영예의 상징이다. 5억 원에 불과(?)한 K리그1 우승 상금은 중견 선수 한 명 연봉을 채워주기도 버겁지만 ‘타이틀’의 힘은 대단하다. 해외리그의 태극전사들이 국내로 향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하는 요소가 우승 가능성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유럽 전역을 휘젓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조차 프로 정상을 경험하지 못했다.

‘하나원큐 K리그1 2019’는 예년과 다르다. 독주는 사라졌다. 시즌 초·중반까지 울산 현대, 전북 현대, FC서울이 맞서더니 유벤투스(이탈리아)와 팀 K리그의 친선경기를 전후로 서울이 살짝 밀린 상황에서 울산과 전북의 2파전으로 굳어졌다. 3위 서울과 2위 전북의 격차는 5점, 전북과 1위 울산의 간극은 4점이다.

이제부터는 실력 이상으로 간절함의 싸움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최강희 감독(상하이 선화)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는 시즌 종료 두 경기를 남기고 정상에 선 2017년 전북 시절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우승했는데 라커룸이 조용했다. 다들 휴대폰만 들여다보더라. ‘물병이라도 (샴페인처럼) 흔들며 기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누군가 그러더라. ‘항상 이맘 때 하던 것’이라고. 우리가 강해졌다는 생각에 기쁘면서도 착잡했다. 동기부여가 사라진 것은 아닌지, 간절함이 사라지진 않았는지 걱정도 생겼다.”

지난해 통산 6번째 별을 단 전북은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으로 향한 최 감독에 이어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이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 큰 흔들림 없이 선두 싸움에 나선 모습에서 강호의 위용을 확인할 수 있지만 오랜 시간 쌓인 ‘승리 DNA‘는 많이 퇴색된 모습이다. 후반 막바지 크게 늘어난 실점에서 확인된 뒷심 부족은 기존의 전북과 다르다. 전 스승의 이야기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반면 김도훈 감독의 울산은 확실히 간절해 보인다. 2005년 이후 리그 우승이 없는 울산은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 목전에서 전북이 담담하게 타이틀을 들어올리는 것을 지켜본 울산은 “같은 상황을 반복할 수 없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승리를 놓친 것도 기분이 좋지 않은데, 같은 줄기(현대)의 라이벌 구단이 ‘평소처럼’ 우승하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당시 아쉬움은 전방위적인 보강과 과감한 선수단 재건에서 확인됐다. 질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를 이기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역대급’ 우승경쟁에서 앞서게 됐다.

서울은 2% 아쉽다. 야망이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다. 1차 목표로 삼은 ‘명예회복’은 거의 이룬 상황에서 욕심 많은 최용수 감독에게 좀더 풍성한 지원이 이뤄졌다면 훨씬 흥미진진한 경쟁이 가능했을 것이다. ‘명예회복’ 이상을 넘보려 해도 힘이 부친다. 물론 “우리의 연봉순위는 중위권이다. 6위만 넘자”는 포부 없고, 먼저 선을 긋는 일부 구단보다 서울이 ‘우승 자격’에 근접했음은 틀림없다.

세상에 ‘당연한’ 또 ‘항상 하는’ 우승은 없다. 열망과 지원, 노력이 착착 맞아떨어져야 최대한 우승권에 근접할 수 있다. 우승을 점지한다는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반환점을 돌아 종착점으로 향하는 K리그1의 선두경쟁은 과연 어떻게 끝날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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