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특집②] 무더위는 가라…안방극장 납량드라마 베스트5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8월 9일 06시 57분


MBC 드라마 ‘M’. 사진제공|MBC
MBC 드라마 ‘M’. 사진제공|MBC
하얀 소복에 검고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입가에는 한줄기 피를 머금은 모습. 상상 속 전형적인 처녀 귀신이다. 때마다 여름이면 잊지 않고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찾아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주인공이다. 등골이 오싹해진 시청자와 관객은 덕분에(?) 무더위를 잊는 희열을 맞봤다. 하지만 이젠 그것마저 말 그대로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한 서린 귀신이 피범벅으로 등장하지 않아도 요즘 세상은 납량 드라마보다 더 무서운 현실이기도 하다. ‘납량특집’이라는 단어조차 추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떠올리기만 해도 공포에 떨게 하는 이야기와 캐릭터들이 여기 있다. 각각 다섯 편의 역대 공포영화(흥행 순)와 안방극작 납량드라마(시청률 순)가 잠시나마 더위를 저 멀리 달아나게 해줄 것이다.

① MBC ‘M’ (1994년·평균 시청률 38.6%·이하 닐슨코리아)

1990년대 ‘청순가련형’의 대명사였던 심은하의 ‘변신’은 아직도 충격적이다. 화가 나면 하늘에서 번개가 치고, 갑자기 초록색 눈으로 돌변한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적인 기계음의 목소리는 더 소름끼친다. 낙태의 윤리성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은, 제법 심오한 드라마였다. 방송 시간이 되면 집집마다 “내 영혼이 아파오네∼”로 시작하는 구슬픈 노래가 흘러나왔다. 최고 시청률은 52.2%까지 치솟았다. 방송 25년 만에 내년 리메이크된다.

KBS 2TV 드라마 ‘전설의 고향’. 사진제공|KBS
KBS 2TV 드라마 ‘전설의 고향’. 사진제공|KBS

② KBS 2TV ‘전설의 고향’ (1996년·27.8%)

공포드라마의 ‘교본’과도 같다.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설화를 소재로 한 사극이다. 1977년 10월18일 ‘마니산 효녀’ 편부터 무려 12년 동안 여름 안방극장에 ‘집 귀신’처럼 달라붙었다. 소재 고갈로 1989년 ‘외장녀’ 편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어른들도 무서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본다고 할 정도였지만, 점차 시대에 뒤떨어진 귀신 분장은 웃음거리가 될 뿐이었다. 1996년 새 단장했다. 한층 발전한 CG와 이야기로 더 탄탄해졌다.

MBC 드라마 ‘거미’. 사진제공|MBC
MBC 드라마 ‘거미’. 사진제공|MBC

③ MBC ‘거미’ (1995년·24.6%)

1990년대 중반은 그야말로 공포 특집드라마의 전성시대였다. ‘M’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MBC가 이듬해 납량드라마 2탄으로 내놓은 작품이다. 절지동물인 독거미를 소재로 한 드라마로, 연기자 이승연이 주연을 맡았다. 사람이 많이 몰린 곳에 독거미를 풀어놓고 사람들을 죽이는 모습이 당시엔 꽤나 충격적이었다. 영화 ‘아라크네의 비밀’ 등 여러 영화의 설정과 전개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표절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KBS 2TV 드라마 ‘전설의 고향 1998’. 사진제공|KBS
KBS 2TV 드라마 ‘전설의 고향 1998’. 사진제공|KBS

④ KBS 2TV ‘전설의 고향 1998’ (23.2%)

한 맺힌 여우의 울음소리가 안방극장에 울리면 ‘전설의 고향’이 시작됐다는 걸 직감할 수 있다. 인적 드문 산길에 푸른 안개가 깔리면 새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이 공중제비를 돌며 ‘휘리릭’ 나타나는 모습은 절대 빠지지 않는 명장면이다. ‘묘곡성’ ‘살생부’ ‘여우골’ ‘씨받이’ ‘저승에서 핀 꽃’ 등 12회에 걸쳐 원귀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들려줬다. 10년 만인 2008년 ‘구미호’와 함께 또 한 번 업그레이드해 시청자들을 찾았다.

SBS 드라마 ‘고스트’. 사진제공|SBS
SBS 드라마 ‘고스트’. 사진제공|SBS

⑤ SBS ‘고스트’ (1999년·22.2%)

세기말 귀신을 잡는 영웅 이야기를 신세대 감각으로 그려냈다. 본격적인 퇴마 드라마라는 점에서 제작진과 캐스팅도 화려했다. ‘백야3.98’ ‘태왕사신기’ 등을 연출한 고 김종학 PD와 ‘제빵왕 김탁구’ ‘가족끼리 왜 이래’ 등 집필한 흥행 작가 강은경의 초기 드라마다. 톱스타 장동건, 김민종, 김상중, 명세빈 등이 악령과 싸우는 내용으로, 당시 세기말적 분위기에 따라 PC통신, 게임, 채팅 등을 적극 끌어들였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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