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윤석열에 일침… “검찰권력, 상식적으로 작동해야”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8일 17시 17분


코멘트

나경원 "안보·경제 험난한 시기…검찰권력이 국민 불안하지 않게 해야"
유기준 "사람에 충성 않는다는 말 유효하냐" 尹 "충성 대상은 국가와 국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8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예방을 받고 “안보, 경제가 험난한 시기에 검찰총장을 맡아서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며 “이럴 때일수록 검찰권력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않고 상식적으로 작동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뼈 있는 말을 건넸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윤 총장과 접견한 자리에서 “평소 총장께서 ‘굉장히 정의감이 높다’, ‘국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평이 있기도 했다”며 “그런데 청문회 과정에서 조금 저희가 의심하게 되는 실망한 부분도 있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중요한 시기이니까 검찰권력이 상식적으로 작동되게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그동안은 문(文) 정부 집권초기여서 특정 철학의 수행을 위해 검찰이 일부 집권세력에 쏠려있는 부분이 있었다면 지금은 (집권)중반 넘어가니까 지지받는 검찰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보기에는 검찰총장의 위치가 상당히 중요하고 국민들 삶에 직결되고 최고의 권력이라 생각한다”며 “검찰총장, 잘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까도 말했지만 저희가 검찰에 고발한 사건에 있어서 일부 결과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며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했다.

이에 윤 총장은 “대표님께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저희가 국가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 검찰을 운영하고 법집행 함에 있어서 경제를 살리고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는데 도움이 될 수있도록 저희가 어떻게 할 것인지 잘 생각하면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우려한 것처럼 정치적으로 편향되거나 그렇지 않고 독립성을 확실히 지키고 그렇게 해야 국민의 검찰로 신뢰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야당 의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도록 법집행에 여러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외투쟁 당시 대구에서 겪은 일화도 농담 섞어 소개했다.

나 원내대표는 “대구로 장외투쟁 갔는데 저랑 황 대표가 앉아 있는데 어떤 촌로가 오더니 황 대표에게는 ‘대통령’, ‘대통령’ 연호하고 저를 보고 약간 고민하더니 ‘검찰총장’, ‘검찰총장’ 하더라”며 “촌로는 황교안 대통령을 연호하고 저한테는 좋은 거 하라고 (검찰총장을)붙여준 걸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나 원내대표가 황 대표를 대통령으로 치켜세운 대구에서의 일화를 굳이 윤 총장에게 언급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대구는 한국당의 대표적인 텃밭이자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의 핵심 거점으로 이른바 ‘황교안 대세론’이 형성되는 지역 중 한 곳이다.

반면 윤 총장에게는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잡음을 일으켜 좌천성 인사(대구고검)로 발령받은지역으로 인고의 세월을 보낸 곳이다. 윤 총장은 나 원내대표가 소개한 일화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날 약 30분에 걸친 비공개 면담에서 나 원내대표는 황교안 대표와 마찬가지로 검찰 인사 논란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를 전달했고, 윤 총장은 이 상태에서는 일일이 인사문제를 해명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여러 가지 나온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다음 인사에 잘 반영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무더기 고소고발을 염두에 두고 정치문제의 지나친 사법화에 대한 우려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나경원 대표가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검찰이 공정하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심어져야 한다’는 말을 했고 공수처라든지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검찰의 의견이 간단히 있었다”며 “윤 총장은 자세히 검토해서 추후에 사개특위를 통해서 검찰의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윤 총장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유기준 한국당 의원을 별도로 예방했다.

사개특위는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설치법 등의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상정돼 있어 검찰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을 찾아온 윤 총장에게 “날씨가 굉장히 뜨거울 때 총장이 되셨는데 인사를 보니까 받아들이는 사람이 좀 차갑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며 “검찰이 변화무쌍한 환경에 놓여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검찰 좀 잘 이끌어주시고 국민들이 신뢰받을 수 있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유 의원이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 하셨는데 여전히 유효한 것이냐”고 묻자 윤 총장은 “물론이다. 충성 대상은 국가와 국민밖에 없다”고 답했다.

국회 부의장인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은 윤 총장의 예방을 받고 “다른 역대 총장들에 비해서 윤 총장이 파격적인 인사여서 파장도 컸고 후유증도 우려되고 바뀐 것에 대해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지만 업무 연속성에 대해 걱정도 된다”고 했다.

주 의원은 또 “윤 총장이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겠다고 했는데 국민의 신뢰받는, 100% 만족하는 수사권 조정이 안 되더라도 50%라도 만족할, 진일보한 수사권 조정이 됐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윤 총장은 주 의원의 의견에 공감을 표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