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호르무즈…거세지는 美외교안보 파고에 고민깊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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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8일 12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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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갈등에 관심이 집중돼 있지만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과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동참 등 미국의 요구 역시 한국의 외교·안보 당국 앞에 놓인 만만치 않은 난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국은 북한으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에 상당히 더 많은(substantially more)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은 한국에 의해 거의 돈을 지급받지 못했지만, 지난해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한국이 9억9000만달러(약 1조2022억원)를 지급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진 트윗에서 “미국에 대한 지급을 추가적 인상하기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며 “한국은 무척 잘사는 나라로, 이제 미국에 의해 제공되는 군사방어에 기여하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 양국의 관계는 무척 좋다”고 말했다.

‘한국이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는 것이 올 초에 한미가 체결한 10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서 한국이 그렇게 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11차 협상에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두번째 트윗 내용을 감안할 때 10차에서 한국이 “상당히 더 많은 돈”을 냈으며, 11차 협상에서 추가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의향을 전한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2월 한미는 올해 주한미군 방위비 중 한국의 분담금을 전년 대비 8.2% 인상된 1조389억원에 합의했다. 이번 SMA는 유효기간이 1년이기 때문에 한미 당국은 내년부터 적용될 협정문을 마련하기 위한 협상을 올해 시작해야 한다.

외교부가 전날(7일) 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관련, “차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이 공식 개시되지 않았다”고 밝힌 입장을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대폭적인 증액 압박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외교부는 또 “한미는 지난달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방한 계기에 앞으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방위비 분담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 방위비 분담 정책을 재검토하는 작업(글로벌리뷰)을 진행해왔으며, 이 작업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의 협상에선 이 공식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미 양측은 새로운 협상을 논의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모이지는 않았지만, 워싱턴의 고위 관리들은 2020년에 추가 지급하도록 한국 측을 압박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WSJ는 그러면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 대화에서 50억달러(약 6조470억원)를 언급했다”면서 “한국 측이 이같이 큰 액수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50억달러는 한해 주한미군 주둔비용보다 2배 이상 높은 액수다. WSJ의 지난해 5월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군 주둔에 드는 한해 비용은 총 20억달러에 달하며 한국의 분담률은 42%이다.

이 때문에 50억달러는 미국이 부담해 온 주한미군 인건비와 전략자산 전개 비용이 더해진 액수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지난해 초 10차 SMA 협상을 시작했을 때 미국이 초기에 요구했던 액수는 16억달러다.

미국은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한 뒤 이를 지지층에 성과로 적극 내세우는 구상을 하고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1980년대 이후 재정적자 누적 및 동맹국의 경제성장을 근거로 동맹국에 미군 해외 주둔 비용 분담을 요청하고 있다. 한미는 1991년 이후 지난해까지 2~5년 단위로 SMA 협정을 체결해왔다.

분담금은 주한미군사가 고용한 한국인 고용원 인건비, 병영·숙소·훈련장·교육시설 등 군사건설비, 탄약저장·정비·수송·장비물자 등 군수지원비에 쓰인다.

미국의 ‘아시아 내 중거리 미사일 배치’ 의향과 중동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구성도 우리 정부로선 쉽지 않은 문제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6일 언론 인터뷰에서 중거리 미사일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수혜국으로 한국과 일본을 거론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한국 내 배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보다 더 큰 보복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아시아를 순방중인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7일 호주를 떠나 일본 방문길에 오르는 자리에서 미사일 배치에 대해 “그것은 좀 먼 시점의 얘기”라며 “아시아 어느 국가에도 미사일 배치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노영민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대해 (미국과) 논의한 적도 없고 검토한 적도 없다”고 밝혔지만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를 놓고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참여에 대해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4일 한국과 일본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항행에 이해관계가 있는 나라들이 연합체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지난 6일 “검토하고 있다” 며 “미국의 구두요청이 있었지만, 우리의 필요에 따라 주체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 원유(유조선)의 70% 이상이 통과한다. 우리 선박의 안전을 위해 파병 여부의 필요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으로선 원유 수급 등 중동에서 무역규모가 큰 이란과의 관계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참여 여부와 방식을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호르무즈 해협 연합체 구성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매체들은 보도했다.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8일 방한해 9일 정경두 국방장관과 회담을 한다. 이 자리에선 방위비분담금 협상,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구성,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리 국방부는 미사일 배치에 대해선 회담 의제로도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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