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단속 심해지자… 비상구 막아 더 위험해진 강남 클럽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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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클럽들이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대피 통로인 비상문과 계단을 막아 놓은 채 영업을 하고 있다.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출입문 앞에 플라스틱 컵과 샴페인 잔이 담긴 자루를 쌓아 놓거나(왼쪽 사진) 비상계단에 청소 도구를 놓아두기도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강남경찰서
서울 강남 클럽들이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대피 통로인 비상문과 계단을 막아 놓은 채 영업을 하고 있다.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출입문 앞에 플라스틱 컵과 샴페인 잔이 담긴 자루를 쌓아 놓거나(왼쪽 사진) 비상계단에 청소 도구를 놓아두기도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강남경찰서
4일 오후 10시, 서울 강남구의 A클럽. 지하 1층에 있는 이 클럽 비상구 출입문 앞에는 플라스틱 컵과 샴페인 잔이 가득 담긴 자루 10여 개가 놓여 있었다. 이 비상구는 지상 1층에 있는 출입문을 제외하면 화재 등의 사고 발생 시 대피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다. 본보 기자가 찾았을 때 이 클럽 안에는 약 500명의 손님이 있었다.

6일 오후 11시, 강남구의 B클럽. 지하 2층에 있는 이 클럽은 비상구 출입문 바깥쪽에 종이박스와 택배상자를 성인 허리 높이까지 쌓아 놓고 있었다. 클럽 안쪽에서 밀어서 열어야 하는 비상구 출입문을 종이박스와 택배상자가 가로막고 있었다. 비상구 출입문에 붙어 있는 ‘이곳은 소방 대피 통로입니다. 쓰레기 적재를 금지합니다’라는 경고문이 무색해 보였다. 지하 1층에 있는 강남구의 한 라운지 바는 비상구 출입문에 아예 ‘직원 외 출입금지’라고 쓴 안내문을 붙여놓고 문은 잠가놓고 있었다. 이 라운지 바 직원은 “비상구 출입문을 열고 닫을 때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며 “이용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강남경찰서는 이들 세 곳을 포함해 비상구에 물건을 쌓아놓거나 비상구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업소 9곳을 적발해 소방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강남 클럽 ‘버닝썬 사태’를 계기로 경찰과 구청이 클럽 등 관내 업소에 대한 단속에 나서자 업소들이 유흥업으로 허가받지 않은 공간에 두던 각종 물품들을 비상구 쪽으로 옮겨놓으면서 화재 등의 사고 시 대피를 어렵게 하고 있다. 30∼70평 정도로 영업장 규모가 크지 않은 업소들도 주류와 식기, 파티용품, 조명 등을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비상구에 쌓아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소규모 유흥업소의 경우 적발 후 현장에서 시정 조치를 해도 나중에 단속을 나가 보면 또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룸살롱 3곳도 소방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호텔 건물 안에서 영업을 하는 이들 업소는 비상구 출입문에 이중으로 철문을 설치하거나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문을 잠가놓기도 했다. 출입문을 폐쇄한 것은 단속 경찰관이 갑자기 들이닥쳤을 때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업소 3곳은 모두 성매매를 알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룸살롱 등의 유흥업소는 대부분 지하에 있어 화재 등의 사고 발생 시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대피를 위한 비상 통로 확보는 필수적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유흥업소는 대개 복도가 좁고 복잡한 구조여서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대피하기는 쉽지 않다”며 “다른 업소들에 비해 특히 비상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흥업소는 소방법 위반으로 입건될 경우 대부분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일부 업소의 경우 적치물 방치로 적발되면 300만 원가량의 과태료를 내고도 방치된 적치물에 대한 시정 조치 없이 불법 영업을 계속한다. 경찰 관계자는 “업소들은 영업을 해서 버는 돈이 더 많기 때문에 과태료는 내면 그만이라는 식이라는 반응을 보인다”며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다빈 empty@donga.com·신아형 기자
#강남 클럽#불법 단속#버닝썬 사태#유흥업소#소방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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