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자, 폭염에 오래 노출되면 치명적…현기증·두통 생기면 즉시 그늘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7일 1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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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3시경 전북 고창에서 밭일을 하던 A 씨(80·여)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도중에 숨졌다. 사인(死因)은 열사병에 의한 심정지였다. 발견 당시 A 씨의 체온은 42도에 달했다. 이날 고창군 최고기온은 34도까지 올랐다.

7일 태풍 프란시tm코가 소멸되기 전까지 연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온열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응급실 508곳을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 들어 5일까지 온열질환자 1094명이 발생해 이 가운데 5명이 숨졌다. 이 수치는 이 응급실들을 거치지 않거나 병원에서 온열질환으로 입력하지 않은 온열질환자는 제외했다. 실제 열사병과 일사병 같은 온열질환으로 숨지거나 건강이 악화된 환자는 더 많다는 의미다.

● 만성질환자는 폭염에 야외활동 줄여야

고혈압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을 앓는 만성질환자는 폭염에 오래 노출되면 건강에 치명적이다. 체온이 오르면 혈관이 확장되고 혈압이 떨어진다. 혈압을 회복하기 위해 심장이 빨리 뛴다. 땀을 많이 흘리면 혈액 농도가 짙어져 혈전이 생길 수 있다. 혈전이 혈관을 막아 뇌중풍(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을 유발할 확률도 높아진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며 운동 후 즐기는 사우나도 주의해야 한다. 이미 땀을 많이 흘린 상태에서 체내 수분이 더 줄어들어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운동 직후 사우나는 혈액 점도를 높이고 혈액 순환을 어렵게 한다. 자칫 심근경색을 일으키거나 돌연사 할 위험도 있다. 사우나실 온도는 60도 이하, 시간은 15분 안에 마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다.

당뇨병 환자는 평소보다 혈당 조절에 더 유의해야 한다. 폭염에 장시간 활동하면 체내 수분과 함께 당이 빠져나간다. 이때 혈당치의 급격한 상승을 막기 위해 몸이 혈당을 낮추는 반작용을 일으키면 저혈당이 올 수 있다. 저혈당이 되면 온몸이 떨리고 입술 주위나 손끝이 저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럴 때는 설탕물을 100cc 정도 마시면 좋다. 정인경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저혈당이 아니라면 당도가 높은 과일이나 음료수 섭취는 피하고 물이나 보리차를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칼륨 배출 능력이 떨어지는 만성 신부전 환자들은 수박 참외 토마토같이 칼륨이 많이 포함된 과일을 피해야 한다. 고칼륨혈증이 생기면 근육 마비나 부정맥, 심장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여름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도 주의해야 한다. 단백질 배출 능력이 떨어져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어서다. 신정호 중앙대병원 신장내과 조교수는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들은 체액 조절이 어려워 수분 부족이나 과도한 수분 섭취를 모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두통, 현기증 생기면 즉시 그늘로

온열질환은 예방이 최선이지만 증세를 빨리 자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기증 두통 메스꺼움 같은 온열질환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체온을 낮춰야 한다. 어린이나 노인은 체온조절 기능이 약해 온열질환을 일으킬 우려가 더 크다.

온열질환 중에서도 열사병을 주의해야 한다. 열사병에 걸리면 몸이 체온조절 기능을 잃어 40도 넘게 체온이 올라도 땀을 흘리지 않는다. 구토와 발작, 쇼크 증상에 이어 혼수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열사병 환자를 발견하면 119에 즉시 신고한 뒤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 옷을 풀어 헤치고 시원한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체온을 떨어뜨리는 것이 중요하다.

더위를 피하려다가 냉방병에 걸리는 환자도 적지 않다. 손발이 저리고 아프거나 하반신에 냉기가 느껴지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최소 서너 시간에 한 번씩 에어컨을 끄고 환기하는 것이 좋다. 에어컨을 1시간 이상 켜 두면 습도가 낮아져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져 여름감기에 걸리기 쉽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냉방병은 단순히 추운 곳에 오래 있어서 걸리기보다는 실내외의 극심한 온도 차를 몸이 적응하지 못해 걸리는 질환”이라며 “아무리 더워도 실내와 외부의 온도 차를 8도 이내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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