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핵심라인 먼저 찾은 이재용 “기술력 최대로 끌어올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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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차 경제보복]온양-천안서 현장점검 시작
미래차-5G 핵심기술 집중 논의… 평택-용인-아산 등 잇달아 방문계획
日 수출규제, 시스템반도체 겨눠… EUV용 마스크 등 2차규제 가능성
핵심소재 대체공급망 아직 못찾아

방진복 입은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네 번째)이 6일 충남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이 부회장은 김기남 DS부문장(부회장) 등 반도체 분야 최고경영진과 함께 현장 경영의 일환으로 온양·천안사업장을 방문했다. 삼성전자 제공
방진복 입은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네 번째)이 6일 충남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이 부회장은 김기남 DS부문장(부회장) 등 반도체 분야 최고경영진과 함께 현장 경영의 일환으로 온양·천안사업장을 방문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충남 온양사업장과 천안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현장경영에 나섰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 배제 이후 첫 현장 행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을 이끄는 리더로서 국내외에 위기 극복 의지를 보이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생산라인을 둘러본 뒤 반도체 경영진이 참가한 가운데 현장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부회장과 사장단은 회의에서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른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해 차세대 패키징 기술 개발 방향을 논의했다. 온양·천안사업장에선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개발과 검사 등 ‘후공정’이 주로 이뤄진다. 이 부회장은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반도체 생산의 각 단계에서 기술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은 미래차 전장용 반도체와 5세대(5G) 이동통신 모듈에 활용되는 등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첫 방문 사업장이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경기 평택시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 용인시 기흥구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생산라인, 충남 아산시 탕정면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 등을 찾을 계획이다.

이 부회장이 잇달아 현장을 찾는 이유는 일본이 사실상 반도체를 정밀 타격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1차 수출 규제는 삼성이 올해부터 대규모 투자를 공언한 시스템반도체에 적용되는 극자외선(EUV) 공정을 노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메모리반도체 생산에는 큰 차질이 없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일본이 반도체의 현재가 아닌 미래를 노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정밀타격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대처 상황은 어디까지 왔을까. 반도체 제조 과정에 들어가는 일부 소재는 대체재를 찾았고, 일부는 재고가 풍부하나 EUV가 문제라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반도체 소재인 웨이퍼, 마스크,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는 첨단 공정으로 갈수록 일본 의존도가 높다. 반도체의 회로패턴대로 웨이퍼를 깎아내는 식각공정용 초고순도 불화수소의 경우 거의 일본제다. 그동안 ‘대책이 없다’고 했던 이 제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중소기업인 솔브레인 제품을 테스트하는 중이다. 솔브레인은 9월 공장 증설을 완료해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두 회사는 미국에서도 공급업체를 찾은 상태다.

1차 규제 품목인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전량 일본산에 의존한다.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동진쎄미켐 등이 국산화에 나선 상태지만 양산단계에 도달하려면 아직 1년여가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전자가 EUV 공정을 아직 초기단계에서 진행하고 있어 기존 재고량을 활용해도 되는 단계다.

일본의 전략물자 품목인 웨이퍼, 마스크, 반도체 장비 등은 아직 규제를 받고 있진 않지만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라 수출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는 품목으로 꼽힌다. 반도체의 기본 원판인 웨이퍼는 실제 수출 규제가 진행되더라도 SK실트론 등 대체 구매처가 많고, 현재 재고량이 많아 단기적으로는 괜찮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설명이다. 또 포토마스크의 재료인 블랭크 마스크도 국내 에스앤에스텍이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일본이 1차 규제 품목인 EUV용 포토레지스트에 이어 EUV용 마스크와 장비 등에 대해 또다시 수출 규제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EUV용 마스크도 아직 대체할 곳을 찾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내년 화성캠퍼스에 EUV 전용 라인을 구축하고, SK하이닉스도 2021년경에는 메모리반도체에 EUV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해당 소재 사용량이 적어 재고로 버틸 수 있지만 본격 양산이 진행될 때까지 규제가 장기화되면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이재용 부회장#삼성전자#일본 화이트리스트#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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