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시즘과 히어로의 결합… 올여름 휘젓는 구마사제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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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사자’ 이어 21일 ‘변신’ 개봉… 한국형 오컬트 영화 관객에 손짓
베일속 구마 활동 신비감 자극… CG 발달로 시각적 공포 극대화
10, 20대 마니아층 두텁게 형성

‘사자’에서 악령을 쫓는 능력으로 안 신부를 돕는 격투기 선수 용후 역의 박서준.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자’에서 악령을 쫓는 능력으로 안 신부를 돕는 격투기 선수 용후 역의 박서준.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악령을 물리치는 구마(驅魔) 사제들이 영화와 드라마를 가로지르며 활약하고 있다. 올여름 관객을 찾은 영화 두 편에 구마 사제가 등장한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안성기 박서준 주연의 ‘사자’는 구마 사제 안 신부(안성기)와 격투기 선수 용후(박서준)가 의기투합해 악령을 물리치는 이야기. 구마, 즉 엑소시즘 소재가 히어로의 성장 스토리와 결합했다. 안성기는 바티칸에서 온 구마사제단 ‘아르마 루치스(빛의 무기)’ 소속의 사제로 등장한다. 영화의 전반적 짜임새가 헐거워 관객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있지만 오컬트(초자연적 현상) 장르를 좋아하는 젊은 관객들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구마 소재를 차용한 것이 눈길을 끈다. 배우 안성기는 긴 구마 의식의 긴 라틴어 대사를 외우기 위해 공을 들였다. 제작진은 바티칸으로부터 공식 로고 사용을 허가받는 한편 구마 용품이 담긴 안 신부의 가방과 묵주 반지 등 소품의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다. 2015년에 ‘사제복을 입은 강동원’(검은 사제들)이 있었다면 이 영화 막바지에는 박서준이 사제복을 입은 모습까지 선보인다.

올여름 선보이는 영화 두 편에는 악령을 퇴치하는 ‘구마 사제’가 등장한다. 21일 개봉하는 ‘변신’에서 구마 사제 역을 맡은 배성우.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올여름 선보이는 영화 두 편에는 악령을 퇴치하는 ‘구마 사제’가 등장한다. 21일 개봉하는 ‘변신’에서 구마 사제 역을 맡은 배성우.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21일에는 배성우가 구마 사제로 나오는 공포영화 ‘변신’이 개봉한다. 사람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면서 섬뜩한 사건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구마 사제인 삼촌 중수(배성우)가 등장한다.

구마는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빈번히 사용되는 소재이지만 국내에서는 마니아 중심으로 선호하는 장르였다. 2015년 개봉한 ‘검은 사제들’은 한국형 오컬트 영화의 시발점으로 이 영화가 개봉 당시 관객 500만 명을 모아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후 드라마와 영화에서 구마 사제가 종횡무진 활약하게 됐다.

드라마로는 지난해 9∼11월 OCN에서 방영한 ‘손 더 게스트’가 대표적 사례다. 1%대로 시작한 시청률이 종영까지 4%대로 상승하며 속편 제작과 영화화에 대한 요청도 빗발쳤다. 천주교의 구마 의식과 악령 ‘손’을 추적하기 위한 전통 굿판이 함께 어우러지는 구성이 인기를 얻으며 이후 메디컬과 오컬트를 결합한 ‘프리스트’ 등 후속 드라마로 이어졌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는 오컬트물은 특히 10, 20대 젊은층 사이에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초인적인 힘을 자랑하는 히어로물에 자연스럽게 노출돼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소재를 다루는 오컬트 장르에도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덜한 편이다.

천주교에 실재하는 구마 사제의 활동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관객과 시청자의 흥미를 끄는 요소인 데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달로 공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시각적 효과를 스크린에 구현할 수 있게 된 것도 젊은 관객들을 사로잡는 요인이다.

현실 사회가 복잡하고 혼란할수록 악행의 주체가 악령인지 부마자(마귀가 붙거나 귀신에 들린 사람)인지 구분이 안 되는 모호함과 공포에 관객들이 이끌린다는 분석도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2000년대 이후 영화는 더욱 격렬하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현실 세계의 혼란이 지속되고 관객들이 현실에서 실재하는 공포를 더 느낄수록 공포영화는 더욱 다양한 소재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변신#배성우#사자#박서준#악령 퇴치#구마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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