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만에 내린 ‘NO 저팬’ 도심 깃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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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세종대로 등에 설치… 시민들 “불매운동 취지 더럽혀”
靑청원 등 비판 쏟아지자 “철거”… 日지자체들 “항공노선 중단 말길”
관광객 줄자 한국 찾아 협조 요청

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 중구가 설치한 ‘노 저팬(No Japan) 배너(깃발)’가 걸려 있다. 중구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22개 거리에 이 같은 깃발 1100개를 걸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 중구가 설치한 ‘노 저팬(No Japan) 배너(깃발)’가 걸려 있다. 중구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22개 거리에 이 같은 깃발 1100개를 걸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도심 거리에 일본 제품 불매와 여행 거부 등의 내용이 담긴 깃발을 내걸려던 서울 중구가 거센 비난을 받자 결국 계획 자체를 철회하기로 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중구는 퇴계로, 을지로, 태평로, 세종대로 등 22개 거리 가로등에 태극기와 함께 ‘노(보이콧) 저팬-No(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깃발 1100개를 걸겠다고 밝히고 6일 오전 세종대로 일부 구간에 깃발 50여 개를 설치했다. 중구 관계자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한 데 대한 항의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중구 홈페이지에는 ‘불매운동의 취지를 완벽하게 더럽혔다’ ‘관광객들 다 막을 생각입니까? 소상공인 다 죽습니다’같이 배너 설치에 반대하는 글이 300개 넘게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서울 한복판에 No Japan 깃발을 설치하는 것을 중단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6일 오후 4시 기준 1만7000여 명이 참여했다.

서 구청장은 결국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배너기를 내리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에 국민과 함께 대응한다는 취지였는데 뜻하지 않게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 구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시민들의 집단지성을 믿고, 우려되는 부분들에 대한 의견을 수용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고, 서 구청장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반발해 국내에서 일본 여행 거부 운동이 확산되면서 관광객이 줄자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이 한국을 찾아 항공 노선 유지를 요청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일본 지자체 3곳의 관계자들은 지난달 말 한국을 방문해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서울과 국내 주요 여행사를 찾아 임원 등을 만났다. 한국을 찾은 일본 지자체는 가가와현 다카마쓰시, 돗토리현 요나고시, 도야마현 등으로 모두 에어서울의 취항지다.

홍석호 will@donga.com·지민구 기자

#서울 중구#no 저팬#도심 깃발#일본 제품 불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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