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와 포용의 직장문화 만들자[기고/김용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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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한국폴리텍대 부산캠퍼스 자동차과 교수
김용현 한국폴리텍대 부산캠퍼스 자동차과 교수
무더운 여름 출근길 영국 런던 기차역에서 익숙한 문자를 받았다. 선로가 열을 받으면 위험하니 열차의 속도를 줄인다는 것이었다. 배차 간격까지 넓힌다고 하니 지각은 당연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인상 쓰는 사람이 없다. 아예 출근을 포기하고 집으로 가기도 한다. 어디서, 몇 시에 일해도 주어진 업무만 마치면 되는 실용적인 기업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기업문화 전반에 만연하다. 개인이 이직을 원할 때 회사는 근로자에게 투여했던 교육비용을 날릴 수 있지만 전체 산업 성장이라는 큰 그림 아래 용인한다. 한편으로 회사는 무거운 책임을 갖는다. 일정 규모가 되면 반드시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높은 세금 탓도 있지만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분위기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사회에 진입하고자 하는 청년과 미숙련 근로자의 취업을 쉽게 만든다.

정부는 공공 직업교육을 강화한다.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교육해 회사의 재교육 비용을 줄여주고 대학 졸업생보다는 고졸 직업인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든다.

정리하면 기업에는 근로자에 대한 관대함과 인내,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고, 정부는 취업 장려와 공공직업 교육을 담당한다. 이는 영국이 브렉시트의 여파와 최저시급 인상에도 낮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며, 세계가 영국의 직장시스템을 배우려는 까닭이다.

인내보다는 경쟁, 공존보다는 효율, 직업보다는 대학을 먼저 생각하는 한국 문화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이다.

나는 대학생과 취업 취약계층인 베이비붐 세대, 경력단절 여성에게 직업교육을 하며 이들이 현장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많이 봤다. 개인의 능력 탓도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포용과 배려 없는 직장문화에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 취업교육을 강화하고 기업이 신입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고졸자, 취업 취약계층이 취업교육만 받아도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에 취업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도 대학보다는 직업 교육을 먼저 선택하는 실용적인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식부터 변해야 한다. 뿌리 깊은 계급의식, 학력서열을 버리고 직업은 종류에 관계없이 사회에 필요하다는 소명의식이 필요하다.

김용현 한국폴리텍대 부산캠퍼스 자동차과 교수
#직장문화#신입직원 채용#취업교육#일자리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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