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김정주의 승부수… ‘던파 대부’ 허민 영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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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표, 2008년 허대표 네오플 인수… 넥슨 매출 절반 차지하는 효자로
매각 불발후 위축된 분위기 쇄신… 金, 직접 나서 경영진 합류시켜
許, 11년만에 귀환 신작개발 나설듯

‘던전앤파이터’의 대부가 게임업체 넥슨의 구원투수로 등판한다. 김정주 NXC(넥슨의 지주회사) 대표(51)가 던전앤파이터 개발사인 네오플과 소셜커머스 업체인 위메프의 창업자인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43)를 넥슨에 영입하기로 했다. 넥슨의 경영권을 매각하려는 시도가 불발된 이후 조직 분위기를 정비하고 모바일 게임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승부수다.

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허 대표를 영입해 넥슨 경영진에 합류시킬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직에 앉힐지, 개발조직 선두에 세울지 등 구체적인 직책은 결정되지 않았다.

자회사 네오플의 대표 게임인 던전앤파이터는 넥슨 전체 매출의 절반, 중국 매출의 90% 이상을 견인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넥슨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다. 넥슨코리아가 지난해 개별법인 기준으로 창사 이래 첫 적자인 12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동안 네오플은 1조215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인 김 대표와 서울대 응용화학과 95학번인 허 대표의 인연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던전앤파이터에 주목한 김 대표가 직접 허 대표를 만나 3852억 원을 주고 네오플을 인수했다. 네오플이 연매출 448억 원을 올리던 때로 넥슨 안팎에서 모두 김 대표를 말렸지만 허 대표를 만난 뒤 김 대표가 인수 결정을 내렸다.

야구광이었던 허 대표는 넥슨에 합류하지 않고 인수금을 받아 2010년 위메프, 2011년 고양원더스 구단을 만들었다. 둘의 인연은 2015년 7월 김 대표가 위메프에 1000억 원을 투자하면서 다시 이어졌다. 당시 허 대표는 투자 유치를 위해 김 대표를 만나 브라질 벤처캐피털리스트 3명의 창업 스토리를 담은 책 ‘드림 빅’을 선물하며 위메프의 비전을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허 대표가 넥슨에 합류하며 두 사람은 세 번째 인연을 맺게 됐다. 특히 김 대표가 소유한 NXC의 지분과 허 대표가 소유한 원더홀딩스 지분을 상호 맞교환(스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가 가진 NXC 지분은 67.49%다. NXC는 일본법인 넥슨의 지분 47.98%를 보유하고 있고 넥슨은 한국법인인 넥슨코리아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구조다. 김 대표는 위메프 투자 당시 개인 자격으로 위메프 지분 10∼15%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핵심 관계자는 “주식 교환을 통해 두 사람이 운명공동체가 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허 대표는 원더홀딩스 자회사인 원더피플을 통해 이미 게임사업을 다시 하고 있다. 카카오프렌즈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 보드게임 ‘프렌즈마블’ 개발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는 허 대표가 넥슨의 신작 게임 개발을 맡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크레이지아케이드(2001년), 메이플스토리(2003년), 던전앤파이터(2005년) 이후 이렇다 할 스테디셀러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데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넥슨 매각 불발에 큰 패인으로 분석된 바 있다.

PC(던전앤파이터)와 모바일(위메프) 생태계에서 성공을 이뤄낸 허 대표의 배경도 주목된다. 넥슨이 PC 게임인 던전앤파이터의 성공을 넘어서지 못하고 모바일 시장에서 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넥슨을 있게 한 인물이 합류하는 만큼 내부적으로도 위축된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곽도영 now@donga.com·황태호 기자
#던전앤파이터#허민 영입#넥슨#김정주#네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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