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악재 속 세계 최초 6세대 낸드 양산…삼성의 ‘진짜 실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6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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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부터)이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백홍주 TSP총괄 부사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과 함께 삼성전자 온양캠퍼스(충청남도 아산 소재)를 방문해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삼성전자 제공)2019.8.6/뉴스1 © News1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부터)이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백홍주 TSP총괄 부사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과 함께 삼성전자 온양캠퍼스(충청남도 아산 소재)를 방문해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삼성전자 제공)2019.8.6/뉴스1 © News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충남 온양사업장과 천안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현장경영에 나섰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 배제 이후 첫 현장 행보다. 현장에서 열린 대책 회의에서는 한일 경제 갈등과 미중 환율전쟁이 겹치는 등 사상 초유의 위기상황을 맞아 대응책을 마련하고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국내외에 위기 극복 의지를 보이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 강조

이 부회장은 온양사업장의 사내 식당에서 임직원들과 오찬을 한 뒤 현장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을 담당하는 김기남 DS부문장(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백홍주 TSP(테스트&시스템 패키징) 총괄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과 사장단은 회의에서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른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해 차세대 패키징 기술 개발 방향을 논의했다. 온양·천안 사업장에선 반도체 패키징 기술개발과 검사 등 ‘후공정’이 주로 이뤄진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은 미래차 전장용 반도체와 5세대(5G) 이동통신 모듈에 활용되는 등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 때문에 전략적으로 이들 사업장을 찾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이 부회장이 반도체 밸류체인(공급망)의 끝 단계에 해당하는 사업장을 찾음으로써 반도체 생산의 전 과정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반도체 생산의 각 단계에서 기술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품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긴급 대책회의를 연 이 부회장은 앞으로 경기 평택시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 기흥시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생산라인, 충남 아산시 탕정면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 등을 찾을 계획이다.

● 세계 최초 6세대 낸드 양산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6세대 256Gb(기가비트) 3비트 V낸드플래시’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업용 PC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양산 및 글로벌 업체 공급을 시작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제품은 ‘속도·생산성·절전’이라는 메모리반도체의 3가지 핵심 경쟁력이 모두 향상됐다. 이전 제품인 5세대 V낸드보다 성능을 10% 이상 높이면서도 동작 전압을 15% 이상 줄였고, 공정 수와 칩 크기를 줄여 생산성도 20% 이상 향상됐다.

삼성전자는 100단 이상의 셀(정보를 저장하는 공간)을 한 번에 뚫는 단일공정(1 Etching Step) 기술로 경쟁력 향상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측은 “세 번만 쌓아도 300단 이상의 초고적층 차세대 V낸드를 만들 수 있어 앞으로 제품 개발 주기는 더 단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도 삼성전자는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1위(34.1%·1분기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악재 속에서도 기술경쟁력을 앞세워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평택시 V낸드 전용 공장에서 6세대 V낸드 기반 SSD 라인업을 본격 가동해 물량을 확대한다. 또 차세대 엔터프라이즈 서버 시장은 물론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는 자동차 시장까지 3차원 V낸드 사업 영역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 초에 이 부회장이 ‘위기 때 진짜 실력이 나온다’라고 한 적 있다. 그 말 그대로 업황 부진,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갈등 등 현재의 위기 속에 실력을 보여주자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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